[밖에서 본 한국] 갈라진 땅 또 가르는 지역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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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해외 교민들에게 가장 망국적인 한국병이 무엇인가 물으면 열중 아홉은 '지역감정' 을 지목할 것이다.

이번 16대 총선과정을 밖에서 지켜보면서 "그놈의 지역감정, 참으로 질기기도 하구나"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진다.

1997년 말 경제 몰락의 돌풍이 불어오는 와중에서 정쟁을 일삼던 정치인들은 풍전등화의 위기상황에서도 서로 남탓만 하더니 선거가 급해지니 또다시 지역감정이라는 '전가의 보도' 를 꺼내든다. 그래도 그 작전이 늘 먹혀드는 걸 보면 한국 만큼 정치하기 쉬운 곳도 없는 것 같다. 상황이 좀 불리해지면 "우리가 남이가" 를 외치면 만사 오케이다.

프랑스 정치인 중 상당수는 프리메이슨 회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도 그랬다. '세계를 건설하는 건축가' 를 자처하는 이 비밀결사는 세계시민주의.자유주의적 단체로 인간과 사회의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의 이데올로기에 전적으로 동의할순 없지만 그같은 이념 아래서 큰 인격을 수양하고 적어도 지연이나 학연.혈연 따위로 붕당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한국에 그와 유사한 인격 도양의 장을 만들 수 없다면 정치인들에게 일정기간 아프리카나 남미에 자원봉사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어떨까. 언어와 피부색.생김새가 전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뭔가 베푸는 경험을 한다면 억양만 조금 다를 뿐 같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한민족 간의 지역감정은 다소 순화되지 않을까.

남북이 나뉜 것도 한탄할 일인데 그 반쪽에서도 내편 네편을 갈라 싸우는 모양새가 하도 답답해 가져본 생각이다.

이사빈<재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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