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세종시 총리로만 부각되는데 지난 두 달간 다른 일 많이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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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종시만 매일 생각하냐고 하는데 신문에 자꾸 세종시 얘기만 나와서 그렇지 세종시는 전체 (쓰는) 시간의 10%도 안 된다. 다른 일도 한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상의회장단 120여 명에게 한 얘기다. 그는 세종시 관련 질문에 답하다 불쑥 그렇게 말했다.

같은 맥락의 발언은 다른 곳에서도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총리실 간부들이 모인 회의에서 그는 “사회 일각에서 ‘대한민국 총리실은 세종시 문제만 다루냐’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본연의 업무 마무리를 잘하고 내년도 준비를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제가 마치 세종시 총리처럼 사회에 부각되고 있는 데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지난 2개월 동안 무지무지하게 일을 많이 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 총리가 ‘세종시 총리’로만 규정되기를 거부하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는 자신을 세종시와만 연결시키는 데 불만이 많다”며 “역할이 한정되길 원치 않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만일 세종시 원안 수정이 무산될 경우의 책임과 부담을 정 총리가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실제 정 총리는 세종시 이외에 용산 참사 문제 해결에도 애쓰고 있다. 그는 최근 가톨릭 신부 등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유족 등을 설득하도록 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관훈 토론회에서 “가까운 시일 내 해결될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일정도 숨가쁘다. 3일에는 발명특허대전·로봇대상 시상식 등 5~6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각계 인사에게 의견을 수렴하던 ‘세종시 오·만찬’에서도 잠시 벗어나 주한 유럽연합(EU)대사 등과 오찬을, 남북 어린이 돕기 모임인 ‘함께 나누는 세상’ 인사들과 만찬을 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 총리실 조직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공적개발원조(ODA)와 정책 홍보 등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총리의 한 측근은 “사교육 대책이나 저출산 같은 국가 어젠다에 대한 총리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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