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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음악계 역사 새로 쓰는 수전 보일 e-메일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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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수전 보일은 “음악이라는 놀라운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다”며 “나처럼 꿈을 이루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소니뮤직코리아 제공]

올 4월 영국 ITV의 인기 오디션 프로 ‘브리튼스 갓 탤런트’ 무대에 선 마흔여덟의 수전 보일.

그가 부른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은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리던 그의 삶을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볼품없는 외모 뒤에 감춰진 청아한 목소리는 시청자를 울렸고, 해당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70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같은 무대를 통해 세계적 스타가 된 폴 포츠와 비교되며 ‘여자 폴 포츠’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난달 23일 발매된 수전 보일의 데뷔 앨범은 팝 음악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발매 일주일 만에 전 세계에서 200만 장이 팔려나갔다. 영국에서는 첫 주에 41만 장이 나가며 영국 음악사를 통틀어 ‘가장 빨리 팔린 데뷔앨범’의 기록을 세웠다. “꿈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올 한해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소감이 어떤가.

“누가 ‘이건 꿈이야”라고 말하면서 흔들어 깨울 것만 같다. 내 음악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요즘 내 사진을 보면, 1년 전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는 기분이다.”

-"앨범을 내는 게 평생의 꿈”이라고 늘 말해왔다.

“진정,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담은 앨범이다. 롤링스톤스의 ‘와일드 호시스(Wild Horses)’, 마돈나의 ‘유윌 시(You’ll See), 신곡 ‘후 아이 워즈 본 투비(Who I was born to be)’까지 한 곡 한 곡이 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유윌 시’다. 학창 시절 자주 놀림을 당했고, 내가 쓸모 없고 능력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며 자랐다. 이 노래는 나를 그렇게 만들었던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당신들은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라고.”

-성격이 내성적이다. TV쇼 출연 결심이 놀랍다.

“나를 계속 노래하도록 만든 건 어머니다. 성당 합창단에 들어간 것, 소규모 모임에서 노래를 부른 것도 다 어머니의 격려 덕분이었다. 어머니가 2007년에 세상을 떠나셨는데, 돌아가시기 전 내 노래 실력으로 뭐든 해보겠다고 어머니와 약속을 했다. TV에서 가수가 노래 부르는 것을 함께 보며 ‘엄마, 제가 저런 걸 하길 바라는 거에요’ 물었더니, 어머니는 단호하게 ‘그래’라고 답하셨다. 그래서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TV에 나간 뒤 큰 명성을 얻었다. 힘든 순간도 많았을 텐데.

“가장 힘들었던 때는 결승전이 끝난 직후였다. 전세계 방송국이 집으로 몰려들었고, 일주일간 잠을 자지 못했다. 카메라 없이 좀 쉬고 싶어 3일간 수도원에 머물렀다. 지금 떠올려보면, 내게 매우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폴 포츠와 자주 비교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중 하나다. 그가 있었고, 좋은 예를 보여줬기 때문에 나도 할 수 있었다. 폴 포츠는 나처럼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기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 카폰 웨어하우스(폴 포츠가 일하던 휴대폰 판매회사)에서 일하면서 해낼 수 있다면, 어디서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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