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원투자 이렇게] 양평 정착 조각가 부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전원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조각가나 화가 등 예술가들이 많다.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넓은 작업공간을 필요로 하는 이들로서는 시골에 자리잡는 게 비용을 줄이는 수단이기도 하다.

조각가 부부인 이재효(35).차종례(32)씨 부부도 서울의 20평형대 아파트 전셋값 정도를 들여 공기 맑은 시골에 30평짜리 전원주택과 45평짜리 대형 작업실을 마련해 조각 작업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경우다.

이씨 부부가 터를 잡은 곳은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 무왕1리 전원마을. 지제면 면소재지에서 여주 쪽으로 조금 가다가 넘게 되는 고갯길의 정상 언저리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로 접어들게 되면 처음 만나는 게 그들의 집이다.

1996년 여름 이씨 부부가 이 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땅값이 싸서 부담이 적었다.

지목이 밭으로 돼있던 땅 3백70평을 사는 데 평당 4만7천원 정도인 1천7백4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은 평당 7만~8만원을 호가한다.

이 가운데 2백평을 대지로 전용해 집과 작업실을 지었고 나머지 1백70평은 그대로 둬 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집과 작업실은 이씨의 처남이 좀 거들어주긴 했지만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일꾼을 사지 않고 이씨 부부가 거의 직접 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자신들이 사용할 공간을 직접 짓고 싶었고 그렇게 할 능력도 됐던 때문이다.

작업실은 발포성 시멘트를 이용해 지어 건축비를 줄였다.

바닥 면적 45평에다 천장 높이가 4m가 넘게 넓게 지었는데도 1천만원으로 충분했다.

1, 2층 각 15평씩 30평 규모로 지은 집도 발포성 시멘트로 외벽을 쌓고 인조 대리석을 붙여 제법 '전원주택' 티가 나게 했지만 비용은 두 번에 걸쳐 모두 4천만원이 드는 데 그쳤다.

손수 집과 작업실을 짓느라 4개월 이상이 걸렸고 그 기간 동안은 마을의 빈 집을 빌려 임시로 기거하는 등 고생이 심했지만 7천만원 정도로 번듯한 내 집과 작업실을 마련한 셈이다.

지금까지 각각 2회, 1회씩 개인전을 연 이씨 부부는 한 달의 절반 정도는 '순수' 작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돈버는' 작업에 할애하고 있다.

백화점이 주문한 인테리어 장식품을 제작하거나 레스토랑 등에 작품을 응용한 인테리어 장식을 해주고 연간 3천만원 정도를 번다.

예술가로서의 성공을 위한 '적금' 이라는 생각으로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이씨는 "어쩌다 서울에라도 가면 머리가 아플 정도" 라며 "많지 않은 돈을 들이고도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이곳 생활이 만족스럽다" 고 말했다.

양평〓김남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