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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중국 산책] 시진핑, 이명박 대통령 만나야

중앙일보

입력

외교 중 효과 있는 게 초청 외교다.
상대의 마음을 사는 데
자기 나라로 초청해 융숭하게 대접하는 것 만큼 좋은 게 없다.

그래서 해외 각국으로 파견된 대사는
해당 국가의 VIP들을 자기 나라로 초청하는 데 열을 올린다.
대사의 능력 여부가 그 나라 최고의 인물을
얼마나 많이 자기 나라로 초청했는지로 가름나기도 한다.

이 방면에서 주중 한국대사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대사로 제2대 대사인 황병태 전 대사가 꼽힌다.
황 대사 재임 기간 중국의 권력 서열 1~3위 모두가 방한했다.
한중 관계가 전례 없이 밀월을 구가했음은 물론이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방한을 놓고 말이 많다.
시 부주석은 당초 12월 17일부터 3일 정도 한국을 찾게 돼 있다.
국가 부주석 신분으로서는 첫 한국 방문이다.

헌데 문제는 이 때 이명박 대통령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회의에 참석하느라 시 부주석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 부주석을 초청하는 한국측 파트너도 한국의 총리실이라
한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일정을 이유로 '익스큐스'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시 부주석의 방한 일정을 짜면서
한중 양국 외교부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시 부주석 입장에서 한국 방문 기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다면 양국 관계의 큰 손실이자
특히 한국 입장에서는 커다란 愚를 범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시 부주석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또한 앞으로도 많은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중국 1인자인 차기 총서기직에 가장 유력한 인물이다.

한중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양국 최고위층 간의 신뢰와 우정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시 부주석의 방한은 바로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가
한국 지도부와의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인 것이다.

특히 중국의 지도부는 한 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쿼터'가 있다.
아무 때나 마음 내키는 대로 외국을 방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불과 몇 년 후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될 인사의 방한에 대해
한국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벌써 중국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정부의 어설픈 대중국 외교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피해는 한국과 한국민 전체에 고스란히 떠넘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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