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미소비 위축땐 수출 줄어들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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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4.13 총선 투표율 57.2%. 만약 공장 가동율이 그랬다면 곳곳에서 문을 닫고 경제가 공황이라고 한바탕 난리가 났을 것이다.

선거는 경제 쪽에도 많은 숙제를 남겼다. 선거 전날까지 자동차 4사 노조가 연대 파업을 벌였으며, 이제 본격적인 임금협상철을 앞두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의 두 축인 무역흑자와 저금리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물가는 아직 안정세라지만 경기가 뜨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새 씀씀이는 헤퍼졌고, 사람들은 흔히 선거 이후에 물가가 오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에선 'IMF관리 3년차 증후군' 이 나타나고 있다며 걱정한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다들 변했다지만 가장 덜 바뀐 곳으로 금융이 꼽힌다. 당국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투신사 구조조정을 미뤄왔는데,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일이 아니다.

공적자금을 더 들여서라도 부실채권과 부실금융기관을 빨리 정리해야 시장과 금리가 안정된다. 예금에 대한 보장이 2천만원으로 한정되는 2001년을 여덟달여 앞두고 시장은 이미 2단계 은행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나라 밖 사정도 어수선하다. 지난주 내내 미끄럼을 타던 미국 증시는 급기야 14일의 '피의 금요일' 에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신경제의 상징인 첨단주의 거품이 빠지고 물가가 오르자 인플레 억제를 위한 추가 금리인상이 다음달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후 0.25%포인트씩 5차례 금리를 올렸는데, 이번에는 한꺼번에 두배인 0.5%포인트를 인상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미국 경제는 10년 호황을 접고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시 침체로 미국인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한국산 제품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이며, 중국은 인민폐를 평가절하할 움직임이다.

지난주 미국 증시의 불똥은 아시아와 유럽에도 튀었다. 그동안의 동조화 현상을 감안하면 이번주 국내 증시도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국내 경기가 호황 국면이고 주가가 꽤 오래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미국처럼 최악의 상황에 이르진 않으리란 분석도 있다. 선거 이후 다잡아야 할 '경제하는 마음' 과 구조조정 작업의 실마리가 될만한 계기가 금주안에 여러가지 있다.

우선 4월 초 만남에서 보름을 연장한 르노와 채권단의 삼성차 매각 협상 시한이 21일로 이번에는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 17일 총리 주재 경제.사회 분야에 대한 점검회의에 이어 21일에는 경제정책조정협회의가 열린다.

금주부터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회와 준비기획단의 활동이 본격화된다. 이에 맞춰 남북경협에 기대를 걸고 있는 기업과 경제단체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이다. 그러나 북한 특수는 그냥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의 차분하고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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