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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엔 황혼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실버세대를 황금세대로' -.

인터넷 이용이 급속히 늘고있는 가운데 좀처럼 컴퓨터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고령자들의 인생 2모작, 3모작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 인터넷은 고령자들에 있어서 인생의 조락(凋落)을 방어하는 면역체계인 동시에 소원해지는 가족.사회와 가장 훌륭한 접점으로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고령자들이 모여 컴퓨터를 배우는 현장의 열기도 뜨겁다.

'어르신들, 지금은 인터넷 공부 중' .

서울 영등포전화국 별관 3층의 한국복지정보센터. 환갑을 훨씬 넘긴 노인들이 돋보기 안경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치고 있다.

'강사도 이미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 ' "이젠 초등학교 막내 손자와도 말이 통해요. 얼마전엔 '인터넷으로 30년전 '캐나다로 이민간 동료 선생님들과 e-메일로 소식을 전했죠. " 서울 성동기계공고 교장을 지낸 최영식(73.c071@hitel.net)할아버지의 얘기다.

인터넷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서면서 인터넷 세상에 동참하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하이텔의 노인 동호회인 '원로방' (go silver)에는 60세 이상의 회원만 1만7천여명에 이른다.

'80세부터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세요' '노화 방지에는 홈페이지 검색이 좋아요' 등 채팅 코너에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올려 놓은 대화들이 줄을 잇는다.

고용갑(68.koyong33@hitel.net)할아버지는 "나이와 상관없이 정보화에 앞장서면 신세대, 뒤처지면 구세대" 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노인 홈페이지 경진대회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한 오종태(74.jt920@hitel.net)할아버지는 "인터넷에 들어가면 마치 신대륙을 찾아 대항해를 하는 것 같다" 고 표현했다.

정부도 최근 노인정보화에 나섰다. 정보통신부는 시민단체와 손잡고 '실버넷 운동본부' 를 발족, 오는 7월부터 전국 50여 대학 강의실에서 무료 인터넷 교육을 벌일 계획이다.

내년 3월까지 예상 수강자는 10만명. 젊은(?) 할아버지인 경상현(63) 전 정통부 장관이 대회장이고, 신윤식(64) 하나로통신 사장이 고문이다.

경 전 장관은 "인터넷을 통해 노인들도 얼마든지 '닷 컴(. com)시대' 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장.노년 전용 컴퓨터교육방. 문에는 '청소년 입장은 사절. 55세 이상 '어르신' 만 출입 가능' 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이 곳을 운영하는 미디어텍닷컴의 김문규(56)사장은 "할아버지.할머니가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별도의 세상을 만들고 싶다" 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이 3백30만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7%수준이다. 하이텔의 경우 60대 이상 가입자가 97년말 4만2천명 정도에서 지난달 말 1만여명으로 늘었다.

특히 70대 이상도 7천2백명에서 1만8백명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노인 정보화는 걸음마 단계다.

복지정보센터에서 홈페이지 강사로 자원봉사 중인 허만수(63.msh38@hitel.net)할아버지는 "자체 교육시설은 90년대 초 보급한 하이텔 단말기뿐이어서 지원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글〓이원호.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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