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 스님의 회고록에는 한국현대사와 한국불교사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다. 그 사이로 ‘법전’이란 수행승의 개인사가 줄을 타고 흘러내린다. 법전 스님은 열네 살 때 출가했다. 하루는 부친이 토굴로 찾아왔다. “모친이 위독하다. 막내(법전 스님)를 보고 눈을 감고자 한다”는 전갈이었다. 법전 스님은 부친에게 “집을 떠나온 출가자입니다. 부모 형제를 위해서는 그쪽으로 한 발도 옮길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결국 부친만 집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 조카에게서 편지가 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 법전 스님은 그 편지를 아궁이에 넣어버렸다. “외아들이 벼락을 맞아 죽어도 청상과부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만큼 무서운 각오가 아니면, 이 공부할 생각 마라”던 성철 스님의 말씀을 뼛속에 새기고 살 때였다고 한다.
성철 스님과 주고받은 문답도 있다.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했다. 우째서 없다고 했노?”라는 물음에 법전 스님은 “일월동서별(日月東西別)하니 좌인기이행(坐人起而行)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일월이 동서를 구별하니, 앉았던 사람이 일어나 걸어가더라’는 뜻이다. 성철 스님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