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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수도권 '여당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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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이겼다. 97석 중 60석 안팎을 차지했다. 영.호남에서의 30여석차 열세를 상당부분 만회할 수 있을 만큼 선전했다.

1996년 15대 총선때 민주당 전신(前身)인 국민회의가 중진들의 추풍낙엽 낙선과 함께 수도권에서 30석에 그치는 참패를 했던데 비해 크게 약진했다.

민주당의 수도권 승리는 한나라당과 양당 맞대결을 펼쳤던 초경합 지역에서의 우세 덕이었다.

민주당이 30여곳 가까운 우위를 보인 서울(45석)에서는 당초 초경합 지역으로 꼽혔던 10여곳 중 중구(정대철).성동(임종석).강서을(김성호).금천(장성민).강동을(심재권) 등 6~7곳이 여당 우세로 드러나 판세를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강북은 민주당이, 서초~강남~송파~강동의 강남벨트에서는 한나라당이 우세한 과거 선거들의 양상이 이번에도 재연됐다.

경기(41석)에서도 민주당은 안양.부천 등 위성도시의 전통적 강세를 발판으로 23곳 안팎에서 선두를 유지, 17석 근처의 한나라당과 격차를 벌렸다. 특히 민주당은 신도시 지역인 고양일산갑.을, 덕양갑.을 등 4곳을 석권, '한나라〓아파트당' 의 도식이 깨졌다.

민주당이 15대때 2석을 차지해 선거 초반만 해도 최약세 지역으로 꼽았던 인천(11석)에서도 과반수인 6곳 당선이 유력,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때문에 분단 55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 변수가 결국 수도권 여당 승리에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등장했다.

정상회담의 여진(餘震)으로 수도권의 민주당 지지도가 3% 안팎 상승했고, 경합지역에서 2천~3천표를 민주당쪽에 얹어주는 효과가 생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실향민 인구가 10%로 가장 많은 인천에서는 민주당이 막판에 서-강화갑.남동을 등에서 선두로 치고 올라오는 등 '정상회담 특수(特需)' 가 뚜렷한 곳으로 드러났다.

총선시민연대의 집중 낙선운동도 수도권 경합지에서는 파괴력이 있었다. 22명의 리스트에 포함됐던 한나라당의 이사철(부천원미을), 민주당의 이종찬(서울종로).이강희(인천남을), 자민련의 이건개(구리).이태섭(수원장안)후보가 고배를 마셔야 했다.

유권자의 '바꿔' 심리에 맞춘 파격적 물갈이 공천도 민주당의 수도권 승리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난 15대 당시 '중진 몰락' 의 교훈을 되살려 16명의 '386세대' 후보를 수도권에 발탁하는 등 신인 공천이 유권자의 주파수와 맞아떨어졌다는 얘기다.

반면 한나라당은 믿었던 중진들이 무너진데다 신인조차 인물 경쟁력에서 뒤져 민주당에 수도권 승리를 내줘야 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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