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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이후 정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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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13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 확보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수도권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의석 수에서 약진했다. 서로 승리를 주장할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선거 결과는 정계 판도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당구도로 변화시켰다. 이는 1988년 이후 지속됐던 3金정치가 퇴조기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의 후광 속에 반짝 힘을 내는 듯했던 민국당은 찻잔 속의 태풍을 일으키는 데 그쳤다.

55석의 의석으로 공동정권의 한 축을 구성했던 자민련은 지지기반이라고 믿었던 충청권에서도 위축됐다. 자연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선거 후 캐스팅 보트를 통한 입지 확보 구상도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됐다.

JP는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정계 은퇴론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3金 중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만 유일하게 남은 셈이다.

3金정치의 위력이 감소하면서 각 당에서는 차세대 주자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질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은 충청권 선전을 기반으로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이 세(勢)결집에 나설 것이다. 제1당 목표를 이룬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상대적으로 대권 가도에 힘이 붙게 됐다. 당분간 비주류의 공세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정계는 재편의 새로운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원내 과반의석(1백37석)확보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金대통령은 안정적인 정국운영과 남북 정상회담 등 대북정책의 일관성 유지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친여(親與)무소속을 포함, 야당 당선자들을 흡인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회창 총재와 JP로서는 당내에서의 도전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DJ는 다시 JP에게 손을 내밀겠지만 JP는 공조 복원의 길을 택하기 어렵다는 게 자민련 관계자들의 얘기다. JP로서는 생존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제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회창 총재로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여권의 '유혹' 에 넘어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대여 공세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돈선거.관권선거 등을 문제삼을 기세다. 더구나 총선 막바지에 나온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수도권 초경합지의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金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도 마다하지 않을 분위기다.

따라서 여권의 과반의석 확보 시도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이래 저래 정국은 안정적인 구도로 정착될 때까지 재편 바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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