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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시뮬레이션] 한나라·민주당이 서로 승리 주장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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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내 한표에는 힘이 있다. 힘있는 표들이 모여 변화를 불러오고 역사를 바꾼다. 내가 찍는 한표는 한국정치에 어떤 영향을 가져 올까. 정치분석가 5인의 공동작업으로 유권자의 한표가 불러올 상황을 여러가지로 그려봄으로써 한표의 무게를 새겨보려 한다.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지만 의석이 현재보다 줄고 민주당이 의석을 늘림으로써 두 당의 의석 차가 10석 미만인 경우로, 두 당은 모두 자신의 승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

▶장면1〓자민련이 약세일 경우 양당체제가 들어설 것이기 때문에 그 정치적 효과는 어느 한 정당이 압승하는 경우와 별로 다르지 않다.

▶장면2〓그러나 자민련이 독자적인 교섭단체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하면 총선 이후 정국은 3당체제로 들어간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바탕으로 사실상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 민주당에 많은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장면3〓세 정당 모두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총재와 JP, 동교동계의 당내 주도권은 그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김중권씨등 영남권 정치인들이 '생환' 하거나 이인제.김근태씨등 차기주자들이 당권경쟁에 뛰어들 경우 동교동계의 전반적인 민주당 지배체제는 흔들릴 것이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역시 차기 대권주자들의 도전을 이겨내야 할 과제를 안게 된다.

▶장면4〓내부적으로 안정된 3당체제가 만들어지면 어느 정당도 독주할 수 없는 가운데 자민련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한나라당은 '반DJ연합' 을, 민주당은 '제2기 공동정권' 을 제안하겠지만 자민련은 큰 틀의 정계개편을 거부한 채 사안별 공조를 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과 실리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

▶장면5〓 '내각제 연합' 을 위한 거대 정계개편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영남에 근거한 한나라당 일부 계파나 차기 대통령 후보를 내는데 어려움이 있는 민주당 동교동계의 경우 결속력이 강한 계파에 항구적인 기득권을 보장하는 내각제를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JP의 '내각제연합론' 에 동조할 경우 다른 계파나 비주류의 반발로 인한 당의 분열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내각제개헌론은 다음 대선까지 잠재적 이슈로 잠복할 가능성이 크다.

▶장면6〓더욱이 이번 총선과 다음 대선 사이에는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2년이 넘는 큰 시차가 있어 '숨 고르기' 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 급격한 분당사태나 정계개편은 현실성이 적다.

국정운영 면에서 3당체제는 정치적 교착상태를 불러올 것이다.

자민련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권력누수는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이며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을 피하고 자민련의 협조를 얻기 위해 김대중 정부는 각종 개혁정책과 대북관계 개선의 속도와 폭을 완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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