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 갈곳없는 환자에 응급료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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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집단 휴진으로 환자가 종합병원으로 내몰릴 때는 손도 못쓰던 정부가 궁지에 몰린 환자들을 상대로 응급실 관리료를 챙겨야만 한답니까?"

동네 의원들이 집단 휴진한 지난 6일 경기도 일산신도시 친척집에 들렀던 주부 李모(36)씨는 세살난 아이가 고열과 구토 증세를 보여 의원.보건소를 찾아 헤매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 직영하는 일산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것.

李씨는 "몇시간을 기다려 겨우 치료는 받았지만 아이의 증세가 응급질환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료보험 혜택없이 응급실 관리료 3만원 전액을 고스란히 물었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네 의원들이 집단 휴진한 지난 4~6일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환자들의 응급실료 항의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http://www.mohw.go.kr)와 의보공단 민원실(02-3270-9354~5)에 쏟아지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일 급성 호흡곤란 등 응급 증상 26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비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응급실 관리료(3만~1만5천원)를 부과토록 관계규정을 개정했다.

李씨는 "집단휴진 때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 절반 이상이 소아과 환자였다" 면서 "동네 의원은 문을 닫고 보건소엔 소아과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가서 진찰을 받고 진료의뢰서를 챙겨 대형 병원으로 가 외래진료를 받으란 말이냐" 고 분개했다.

또 지난 7일 복지부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게시한 金모씨도 "5일 집단휴진으로 생후 11개월된 딸을 안고 어쩔 수 없이 Z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며 "일부 집단의 밥그릇 싸움에 선량한 시민들의 부담만 과중해지는 불합리를 개선해 달라" 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집단 휴진 기간이 비상시기임을 감안해 병원들에 비응급환자의 응급실료를 받지 않도록 협조를 구했지만 강제할 수 없었다" 고 설명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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