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 대통령 “놀라지 않으셨나요” 박 전 대표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놀라지 않으셨나요.”(이명박 대통령)

“제가 (직접) 읽어보지를 못했습니다.”(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1일 방한 중인 라슬로 쇼욤 헝가리 대통령을 위해 열린 청와대 만찬에서 만나 주고받은 대화를 참석자들이 전한 내용이다. 최근 박 전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으론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 전 대표를 협박하는 편지가 배달됐는데 이 대통령이 이를 거론한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꼭 77일 만이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헝가리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인 지난 9월 16일 청와대에서 특사 방문 결과 보고를 겸해 이 대통령과 단 둘이 만났었다. 세종시 해법을 놓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묘한 시점이어서 두 달여 만의 만남은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헝가리 대통령을 위한 외교 의전 행사인 만큼 국내 정치 현안이 논의되진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측은 두 사람만의 별도 만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만찬에 앞서 이 대통령은 환한 얼굴로 박 전 대표와 악수를 하며 “(한·헝가리) 정상회담에서 (박 전 대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고, 박 전 대표는 “네, 네”라고 대답했다. 박 전 대표는 만찬 메뉴인 육개장을 가리키면서 “헝가리에도 이와 비슷한 ‘굴라시’라는 요리가 있다”고 했고, 헝가리의 전통 와인인 ‘토카이’가 디저트로 나오자 “헝가리에서 굉장히 친근하게 먹었던 음식”이라며 반가워했다고 한다. 배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헝가리 특사 파견을 주제로 환담하며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10분 정도 만찬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경호 비상=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철회하지 않으면 염산 테러를 가하겠다는 협박 편지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지난달 23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편지를 보냈다. 수사관계자는 1일 “범인이 편지 중간 중간에 한자와 영어를 섞어 쓸 정도로 지적 수준이 있고 필체도 또렷해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보긴 힘든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정복 의원은 “시끄럽게 쟁점화할 사안이 아니라는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정하·남궁욱·정선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