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문자 보낼 때 발신번호 함부로 못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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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앞으로 협박이나 희롱을 목적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보내면서 발신자 번호를 조작할 경우 별도의 처벌을 받게 된다.

법제처는 1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법령 개폐 방안 73건을 선정해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번에 선정된 법령은 법제처가 6월부터 국민불편법령개폐센터에서 접수한 1061건의 개선 의견 가운데 ▶취약계층 우선 배려 ▶중소상인 보호 ▶국민 생활 불편 해소 ▶국민 안전과 건강 확보 등을 고려해 추려진 것들이다. 현재 관계 부처와 협의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 73건 중 16건은 중장기 과제로 넘겨졌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경우 현행 법에 따르면 폭언·협박·희롱 등의 목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전화번호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도 법적인 제한이 없었다. 그러나 똑같은 목적으로 전화를 걸고 전화번호를 감추거나 다른 번호를 뜨게 하면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됐었다. 이에 법제처는 전기통신사업법 관련 조항을 고쳐 협박·희롱을 목적으로 한 문자메시지도 전화와 같이 발신자 번호를 조작하면 처벌을 받게 하도록 했다.


이 제안은 고병우 어린이법제관(서울 묘곡초 6학년)이 7월 내놓은 것이다. 고군은 당시 “친구들이 다른 친구를 욕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자기 전화번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로 보낸 것처럼 조작해 피해를 입는 일이 있다.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린이법제관은 법제처가 어린이 시각으로 불합리한 법령을 개선하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다.

법제처는 이 밖에도 경제난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법령 개선 작업도 추진한다. 그동안 기업이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환경개선부담금을 분할 납부할 경우 연 8%의 이자를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된다. 기업이 개발 허가를 받아 설치하는 진입도로 등 공공시설이 도시계획시설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무상 귀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홍승진 법제처 대변인은 “국민불편법령으로 보고가 된 법령의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 개정 작업이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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