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정부 합의…남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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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의약분업안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여온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이 7일 22개항 합의안 서명과 휴진 종료 결정으로 일단 막을 내렸다. 합의안은 그러나 의약분업의 한 축인 약계 참여없이 이뤄져 또다른 갈등의 소지를 남겼다.

선진국의 경우 의약분업을 법제화하는 대신 병원.약국.환자 등 의료주체들이 의약분업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문화' 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할 시점이다.

◇ 합의안〓합의안은 ▶임의조제 감시단 구성▶조제.판매의 개념 정립▶전문의약품 분류▶약화사고 지침마련 등 약사의 임의.대체 조제 관련 항목이 대부분이다. 의료계는 일단 정부가 고압적인 자세를 버리고 대화에 나섰다는 점을 평가하고 있다.

반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들은 생각조차 않고 있는 '임의조제 문제를 의료계가 물고 늘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며 "휴진 사태를 무마하는데 급급한 정부의 저자세는 납득할 수 없다" 고 비판했다.

◇ 과제〓정부는 7월 의약분업 시행 후 수가를 조정할 방침이지만 인상폭이 의약계의 기대수준에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의약분업 시행초기 매년 1조4백억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매년 의보료를 18% 인상하든지, 아니면 국고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는 계산이지만 보험료든, 세금이든 국민부담이 늘기는 마찬가지다.

◇ 선진국은〓미국과 캐나다는 국민 건강.편익 중심의 의약분업제 운영이 정착돼 우리나라의 의약계간 갈등을 "이해할 수 없는 일" 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탄탄한 의보재정이 뒷받침돼 의사와 약사가 재정분배 문제로 다투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배리 풀 약품정보국장은 "약사의 임의조제를 적발할 경우 자격정지.면허취소 등의 행정조치를 내리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약사들이 임의조제를 할 실익이 없다" 고 말했다.

캐나다는 의사의 조제행위를 법이 아니라 차등수가로 해결하고 있다. 토론토시 블러의 교포의사 김진영 박사는 "환자 1인당 진료비가 16~26달러인데 비해 조제료는 1달러로 왜 조제를 하겠느냐" 고 반문했다.

워싱턴.토론토〓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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