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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 공룡 수도권] 7.끝 실패한 억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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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면적은 전국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인구의 45.9%, 예금의 65.9%가 몰려 있다. 이같은 집중에 따른 비효율.낭비에 더해 현재 진행중인 난개발은 수도권안에서도 불균형적인 기형개발을 부추겨 극단적인 과밀.과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5년간 '엄격한 법' 을 내세워 규제위주로 수도권 정비를 추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더구나 새 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까지 생겨 앞으로 수도권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수도권 문제를 최소화하고 수도권의 장래를 보다 확실하게 정립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 역부족인 억제책들〓1960년대 본격적인 경제개발 이후 서울집중이 시작돼 한해 30만명씩 모여 들었다. 정부는 1964년에 처음으로 인구 관리에 나서 '대도시 인구집중방지책' 을 마련했다. 이에 불구하고 서울 인구는 60년대말 5백만명을 돌파했다.

이때부터 정부는 매년 억제정책을 발표했다. 굵직한 것만도 ▶중앙관서 지방이전 등 인구집중 억제방안(69년) ▶그린벨트 설정(71년) ▶토지거래허가제 도입(72년)등이다. 또 ▶수도권내 공장 신증설 5배 중과세(73년)▶서울시내 공장 신.증축 억제(75년)대책도 이어졌다.

그러나 서울인구는 계속 늘어 1975년 7백5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인구문제를 맡는 무임소장관실을 설치해 '수도권 인구 재배치 기본계획' 을 추진했지만 역시 효과가 없었다.천도론(遷都論)도 등장해 77년 임시 행정수도 건설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다 80년대 초 경제위축 등의 영향으로 천도론은 흐지부지됐고 1981년 서울 8백68만명을 포함해 수도권 인구가 1천4백75만명으로 증가했다. 정부의 억제목표인 '서울 7백50만명.수도권 1천98만명' 을 크게 초과한 것이다.

84년에는 수도권을 다섯개 권역으로 나누어 각종 개발행위를 물리적으로 제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이 나왔다.

◇ 수도권확장 요인들〓5공 정부는 대학생 정원을 무조건 30% 증원했고 서울올림픽도 열었다. 수도권 학생수는 80년 25만여명(전국의 43%)에서 90년 57만여명(전국의 55%)으로 늘었다.

서울올림픽은 규제로 주춤하던 서울 개발을 다시 촉발한 계기였다. 서울에 개발 붐이 불었고 투기열풍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84년 17개이던 서울의 특급호텔은 88년 26개로 늘어났다. 신도시 건설도 수도권 억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신규 고용창출 45만명, 고용파급효과 1백74만명, 생산파급효과는 8조6천억원이나 되는 투자사업이 수도권을 아예 투기장으로 달궜다.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는 수도권을 묶던 규제를 푸는 좋은 구실이 됐다. 1994년 정부는 수도권을 3개 권역으로 재분류했으며 직접적인 물리적 규제가 아닌 간접적인 경제적 규제로 바꿨다.

IMF위기 속에 탄생한 국민의 정부도 각종 토지관련규제를 철폐하며 수도권을 풀었다. 토지공개념은 탈색했고 그린벨트도 크게 풀린다.

◇ 수도권정책의 방향〓수도권 현안은 '집중억제' 보다는 '내부 기능배분' 이다. 더 이상 지방에서 인구.산업이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처럼 신도시를 만들때는 고용창출을 전제로 기업부터 입주시키고 아파트는 맨 나중에 건설하는 자족기능을 주어야한다. 신도시나 위성도시마다 독특한 기능을 부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서울지향형 단순확장은 통근거리만 길게한다. 환(環)황해권 시대를 맞아 서해안 T축(인천.서울+강화.김포.인천.시흥.시화.화성)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 곳에 정보화시대에 필요한 기능을 집적시키되 서둘러 엉터리 모습으로 개발해서는 안된다.

서울에 형성된 정보화 과실(果實)이 자연스레 이 지역으로 흘러들도록 개발단계를 적절히 설정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이 지방에 폐를 끼치고있는 만큼 지방과의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정책적 변화도 요청된다.

음성직 수석전문위원

[시리즈 연재순서]

▶1회-폭발하는 특별시

<2000년 3월 1일자>

▶2회-개발 소외된 인천시

<2000년 3월 3일자>

▶3회-기형 개발 경기도

<2000년 3월 8일자>

▶4회-깊어가는 교통병

<2000년 3월 15일자>

▶5회-내 몫 챙기기 경쟁

<2000년 3월 22일자>

▶6회-추락하는 생활환경

<2000년 3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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