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안조영-조훈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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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꽃놀이패 나자 安5단 드디어 항복

제7보 (141~157)〓조훈현9단이 패왕전에서 통산 20회 우승이란 신기록을 세웠다.

曺9단이 젊은 강자 이성재5단의 도전을 받고 3번기의 첫판을 힘없이 불계패했을 때만 해도 상황은 심각했다.

여성강자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에게 국수위를 빼앗긴 曺9단은 컨디션이 최악이었고 자존심도 마냥 구겨진 상태였다.

바꾸어 말하면 신예강자 이성재5단으로서는 생애 첫 타이틀 획득을 향한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던 것이다.

2국에서 曺9단이 이겨 1대1. 이어 지난 3일 한국기원에서 최종 결승전이 열렸는데 백을 쥔 曺9단이 두텁게 국면을 이끌어 결국 4집반을 이겼다. 바둑황제 曺9단도 드디어 무관으로 가는가 싶었는데 상상을 뛰어넘는 정신력으로 위기를 벗어난 것이다.

8일부터는 일본 도쿄(東京)에서 후지쓰배가 열린다. 한국에선 지난해 챔피언 유창혁9단을 필두로 조훈현9단.이창호9단.루이나이웨이9단.최명훈7단.목진석5단 등 6명이 참가한다.

조훈현.이창호 두 사람은 芮9단에게 져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芮9단은 이들을 꺾어 후지쓰배 출전권을 따냈다. 芮9단은 지금 후지쓰배 출전이 마냥 즐겁다.

이제 후지쓰배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이창호9단도 농심배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어 曺9단처럼 어느 정도 자존심을 회복했으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최근 부진한 유창혁9단도 후지쓰배를 노리고 있다. 동상이몽의 후지쓰배는 그래서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144는 억울하더라도 157에 두어야 안전했다. 147부터 잡혔던 돌들이 꿈틀거리며 수가 났다. 147부터 150까지는 필연의 코스. 여기서 151로 중앙 대마를 끊는 수가 발생한 것이다. 157에서 꽃놀이패. 가뜩이나 부족한 安5단은 여기서 돌을 던졌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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