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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5월의 노래'로 대체되나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내년 광주 민주화항쟁 30주년을 맞아 5·18 기념식장에서 부를 ‘5월의 노래’를 만들기로 했다고 1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내년 1월 초까지 가사를 공모하고, 2월 초에 작곡을 맡겨 3월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5월의 노래’ 보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보훈처 관계자는 “한글날이나 삼일절 등의 기념일에 각각 그날을 기리는 노래가 있는 것처럼, 5·18 기념식에도 적당한 노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배경을 밝혔다.

정부의 발표에 대해 광주 시민사회 내부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우선 5·18민주유공자유족회·구속부상자회·민주화운동 부상자회 등 5·18 관련 3개 단체는 ‘조건부 찬성’ 의견을 내기로 했다.

양희승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은 “공모한 노래에 5월의 의미가 제대로 담기지 못하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여 동의키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정수만 5·18유족회 회장은 “5·18 단체가 추천한 전문가들이 심사에 참여하게 돼 5·18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와 5·18 단체들이 국민 정서를 외면하고 악수를 뒀다”면서 공모 철회를 촉구했다.

안성례 5·18어머니회 회장은 “노래 공모는 교묘한 행태의 압박이며, 자랑스러운 민주화 역사에 흠집을 내려는 이명박 정부의 술수”라고 비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날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노래이므로 그대로 손대지 말고 놔둬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공동대표(전남대 사학과 교수)도 “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 출신 두 열사의 민주화 투쟁과 5·18이 후세에 던지는 건강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면서 “5·18을 가장 잘 대변하는 노래를 갑자기 바꾸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일개 군인이 지은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에는 호전적이고 섬뜩한 노랫말까지 들어 있어도 그 역사성 때문에 널리 애창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공동대표는 “정부가 나서 ‘5월의 노래’까지 보급하려는 것은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지역 문화단체 간부 김모씨도 “5·18 단체들이 새 노래 공모에 동의하는 것은 5·18 가치를 독점하다시피 해온 관행이 빚은 악수”라고 비난했다. 그는 “뜻있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공모가 철회되도록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치러진 광주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열사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기리기 위해 제작됐다. 이 노래는 이후 5공 정권 때 5·18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와 노동현장 등지에서 ‘운동가’로 애창되다가 5·18 기념식 공식 노래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됐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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