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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신청권 칼뺀 선관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앙선관위가 '당선되면 그뿐' 이라는 선거풍토를 바꾸겠다고 다짐하고 나섰다.

새로 부여(지난2월 선거법개정)받은 재정(裁定)신청권이란 '칼' 로 반드시 당선무효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선거사범에 대해 검찰이 자신들의 판단대로 기소여부를 결정해오던 그동안의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4.13총선에서 이제까지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후보는 32명. 이중 11명은 출마를 포기했으며 21명은 현재 고발된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당선후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도 선관위가 재정신청을 통해 법정에 세우겠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요지다. 선관위가 재정신청권을 발동하는 날은 5월16일이 될 것 같다.

선거법은 2월16일 개정됐고 검찰은 고소.고발을 접수한 3개월안에 기소해야한다. 3개월이 지나면 불기소로 간주된다.

결국 5월16일부터 불기소 후보가 나오고 그때마다 선관위는 재판을 해달라는 재정신청을 직접 법원에 내겠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이런 결의를 설명하면서 검찰의 기소율을 내세우고 있다.

"선거법을 어긴 사람들이 좀체로 재판을 통해 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선거법 경시 풍토가 확산하고 있다" 고 주장한다.

지난 15대 총선때 선관위가 고발.수사의뢰한 2백52건중 검찰이 기소한 것은 21%인 54건이었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단속해 봐야 소용이 없다" 는 내부불만이 상당하다고 소개한다.

선관위의 준비는 제법 오래됐다. 이용훈(李容勳)중앙선관위원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재정신청권을 요구한 것도 이번 조치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고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가 고발된 경우는 전체 적발건수의 1.8%에 불과한데 이마저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재정신청을 할 수 밖에 없다" 면서 "당선무효를 이끌어 내기 위해 고발 후보에 대한 추가자료를 계속 모으고 있다" 고 말했다.

이철희.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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