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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재미있다, 예산 이야기] 예산은 물길도 바꾼다 … 영남 2차 ‘물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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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예부터 국가 경영은 곧 ‘치수(治水)’였다. 오늘날 예산은 물길도 바꾼다. 지역마다 식수원을 놓고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크다. 사진은 낙동강의 모습. [김경빈 기자]

4대 강에 가려진, 또 다른 물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 전투로 진주 남강댐이 격전지다. 낙동강 물금 취수장을 남강댐으로 옮기려는 부산 여론과, 이를 거부하는 경남지역 여론이 맞부딪혀 있다. 대구 취수장 이전을 둘러싼 대구·경북 지역 갈등도 심상찮다. <본지 3월 26일자 12면> 반년 넘게 잠잠하던 남강댐 취수장 문제에 방아쇠를 당긴 곳은 국토해양부다. 국토부는 국회에 제출한 2010년도 예산안에서 남강댐 공사와 관련해 기초설계비로 10억원을 배정했다. 본격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2011, 2012년에는 각각 6190억원·5500억원이 투입된다. 총 사업비 1조1700억원의 대규모 공사다. 보조수로를 만들고, 남강댐 인근 3.2㎞의 제방을 보강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 남강댐 물을 부산으로 끌어들이는 사업을 포함한 광역상수도 예산 1조3590억원이 별도로 잡혀 있다. 정부로서는 남강댐 취수장 이전을 공식화한 셈이다.

부산은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현기환(사하갑) 의원은 “낙동강 표층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표층수를 먹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낙동강 수질 개선 사업과는 별도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남, 특히 진주·사천의 여론은 싸늘하다. 댐 수위가 높아지면 홍수 우려가 있고, 주변에 대한 개발이 묶인다는 이유에서다. 1970년대 남강댐 방류로 사천 비행장이 침수되자 당시 비행단장이 권총을 들고 남강댐을 찾아 방류 중단을 요구했다는 일화가 공공연히 회자된다고 한다. 최구식(진주갑) 의원은 “남강댐과 관련해선 경남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며 “공동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취수장 이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대구·경북의 사정도 비슷하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91년 이래 페놀 방류, 다이옥신 발생 등으로 7차례 물 파동을 겪었다”며 현재 매곡 취수장의 이전 당위성을 주장했다. 대구지역 의원들도 “식수는 생존의 문제”(이한구 의원)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취수장 이전 부지를 찾기가 만만찮다. 지난해부터 안동댐이 대체지로 거론돼 김범일 대구시장이 발표까지 했지만 지역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3월 추경에는 대체지 물색을 목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비 25억원이 책정됐지만 계속 미뤄지다 12월에야 조사가 착수될 예정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고령·구미·김천·상주·영주 등을 대상으로 폭넓게 진행된다. 현재로선 후보지 가운데 새로운 대체지로 구미와 김천에 걸쳐 있는 감천 일대가 유력하다고 한다. 그러자 두 지역은 ‘조건’을 걸었다. 김태환(구미갑) 의원은 기존 구미 취수장도 함께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기존 구미 취수장 인근에 500만 평 규모의 구미 제5공단이 들어설 예정이라 오염이 불가피하다”며 “대구와 구미가 함께 쓸 수 있는 취수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우(김천) 의원도 “김천(金泉) 지명 자체가 물이 맑다는 뜻”이라며 “다만 취수장이 들어서면 개발이 묶이는 만큼 해당 지역에 대한 적절한 보상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는 점도 관건이다.

권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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