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나스닥 등락따라 널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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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코스닥지수가 첨단기술주 주가의 거품 우려에다 수급 악화가 겹치면서 4월 첫 영업일인 3일 16.84포인트나 폭락했다.

하락률로는 7.61%로 코스닥시장 개장 이후 다섯번째로 큰 것이었다.

코스닥시장이 급락하자 강세로 출발했던 거래소 시장에서도 투자심리가 식으면서 기관 및 개인투자자의 매물이 쏟아져나와 종합주가지수도 14.5포인트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외국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는 한 악화된 수급사정이 단기간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첨단기술주 거품 우려〓코스닥지수의 회복을 짓누르고 있는 가장 큰 심리적 장애물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최근 첨단기술주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면서 나스닥지수가 폭락, 세계적으로 첨단기술주의 동반 하락을 불러왔다.

신흥증권 투자전략팀 이필호 과장은 "이번 코스닥시장 폭락사태가 1월과 다른 점은 전세계적으로 첨단기술주에 대한 버블(거품)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는 데 있다"며 "나스닥시장이 반등해 이같은 우려를 해소해 주기 전까지는 계속 큰 부담으로 남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 악화된 수급사정〓거래소 시장은 4월부터 수급사정이 다소 개선될 수 있지만 코스닥은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코스닥에선 4월에만 3천52억원의 유상증자와 1조5천억원대의 무상증자 물량, 그리고 22개사의 5천억원대 공모주 청약 물량이 기다리고 있다.

반면 지난 2월 1조2백억원대에 달했던 외국인 매수세가 3월에는 3천억원도 안될 정도로 줄어들었다.

최근엔 매도가 더 많은 실정이다. 기관투자가 역시 후순위채 펀드나 하이일드 펀드를 뺀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가 계속 줄고 있어 코스닥 종목을 팔기에 급급한 상태다.

그나마 거래소에선 외국인이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를 꾸준히 매수하고 있어 숨통이 트이고 있다.

◇ 거래소 발목 잡는 코스닥〓미국 나스닥시장이 급등세로 반전되지 않는 한 코스닥시장은 자력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동양증권 김주형 대리는 "코스닥지수가 두차례 직전 고점을 돌파하려다 실패한 이중 천정형의 모양이 됐다" 며 "이를 뚫기 위해선 엄청난 대기 매물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신규 자금의 유입이 필요하다" 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난 1월 저점인 1백70포인트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연초 코스닥시장이 폭등할 때 거래소시장이 코스닥의 발목을 잡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반대로 코스닥이 거래소 오름세에 제동을 거는 양상이 되풀이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경민.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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