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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상에 '상류사회' 등장… 일반 사이트와 차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9면

"기존 포탈 사이트는 우리와 맞지 않습니다. 진정한 상류 사회의 품격이 우러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합니다."

지난 16일 서울시내 한 특급호텔이 '인터넷 귀족주의' 를 표방하며 임시 개설한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이같은 글이 하루에도 수십통씩 올라오고 있다.

정식 오픈 하기도 전에 이미 각 방송사의 여성 앵커 등 유명인들이 동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띄웠고 대기업 중역.변호사.의사 등 상류층 회원 6백여 명이 가입을 마친 상태다.

오는 5월부터 본격 운영될 이 사이트는 골프.미용.패션.자동차 등 부유층이 좋아하는 각종 상품 정보와 경제관련 소식을 매일 제공할 방침이다. 신분 확인을 거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동호회도 운영할 계획이다.

인터넷 상의 '사이버 상류사회' 가 뜨고 있다.

사회 평등을 몰고올 것으로 기대되던 인터넷에서도 이제 소득.직업에 따라 모임이 차별화되는 계층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 '귀족 사이트' 의 특징은 철저히 신분 확인을 거쳐 회원을 모집한다는 점. 오프라인 상에서 확인된 사람만을 받아들이거나 전화 통화 등을 통해 회원 가입 때 기록한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식이다.

실제로 고가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한 유명 백화점이 준비 중인 '사이버 명품관' (가칭)은 기존 백화점 회원과 이들이 추천한 사람들을 위주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포탈.쇼핑몰 사이트가 확보한 수백만명의 평범한 회원보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류층 수백명의 구매력이 더 크다" 고 설명한다.

이들 사이트는 고가의 브랜드 상품만을 취급해 회원들에게 '당신은 특별한 신분을 가진 사람' 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마케팅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인터넷 업체가 제휴해 만든 한 사이트는 벤츠.볼보 등의 고가 외제차와 수백만~수천만원의 수입 의류만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같은 사이트의 등장에 대해 PC통신 유니텔의 정혜림(29.여)대리는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상류층의 선민의식과 평범한 네티즌의 신분 상승 욕구를 자극, 앞으로 더 큰 인기를 누리게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네티즌들 사이에는 귀족 사이트에 대한 일반 네티즌의 반대 여론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진정한 상류 문화는 재력과 신분을 과시해 자신을 일반인과 차별화하는 게 아니라 봉사와 희생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다.

고가품만을 취급하는 이런 사이트가 졸부들의 놀이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는 등의 비난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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