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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돈봉투 돌아다니면 단속하기 어려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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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호 12면

이기선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선관위의 존재 이유는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에 있는 만큼 직원들이 옳은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최정동 기자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양승태)는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문제로 들썩거렸다.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선관위 노조도 저절로 민주노총 소속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선관위 안팎에선 비판이 일었다. 선관위 노조가 정치성이 강한 민주노총에 가입함에 따라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이에 선관위 직원들은 능동적으로 반응했다. 직원들은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을 해치면 선거관리를 할 수 없다”며 자발적으로 노조를 탈퇴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1858명이었던 노조원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11월 28일 현재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로써 선관위 노조는 사라진 셈이며,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도 유명무실하게 됐다.

290만 재외국민 투표 관리할 이기선 선관위 사무총장

이에 대해 이기선 선관위 사무총장은 “선관위의 존재 이유는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에 있는 만큼 직원들이 옳은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직원의 노조 탈퇴에 총장이 역할을 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직원들이 성숙한 행동을 했으며, 나는 그런 직원들의 판단을 믿었을 뿐”이라고 답했다.이 총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선관위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문제를 묻자 “나는 직원들을 믿는다”고 답변했다. 그런 이 총장을 26일 만나 인터뷰했다.

"노조 탈퇴는 선거 중립의지의 표현"
-선관위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으로 논란이 벌어졌는데 사태가 잘 해결된 건가.
“선관위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가 무산됐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조합원의 뜻을 물을 기회가 박탈됐기 때문에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런 가운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노조를 탈퇴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게 됐고, 국민들의 믿음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공무원 노조에 대한 견해는.
“노조는 근무 여건을 향상시키자는 단체다. 공무원 노조도 그래야 한다. 공무원 노조가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재외 국민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됐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290만 명 정도의 재외 국민이 공직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전 세계 166곳 정도의 공관에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올 4월부터 재외선거준비단을 설치해 대비하고 있다.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현지 실태도 파악하고, 모의 선거도 실시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점검하고 있다.”

-재외 선거를 실시할 경우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등 난제가 많을 것 같은데.
“지적한 대로 공정성 확보가 쉽지 않다.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하겠지만 한계가 있다. 돈 봉투가 돌 경우 단속을 하기 쉽지 않다. 만일 (대선 등에서) 소수 표차로 당락이 결정된 상황에서 재외선거의 부정 사례가 드러날 경우 작은 표차로 낙선한 후보가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재외 동포의 투표율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내부적으로 투표율 조사를 해보니 선거인 등록을 하겠다는 재외 국민이 60% 정도였다.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분은 그 절반쯤이었다. 과연 그분들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선 전체 중 30% 가까이만 참여해도 많이 하는 것 아닌가 예상한다.”

-해외에서의 불법 선거운동을 막기 위한 대책은 있나.
“선관위가 선거를 관리하지만 재외 국민 선거 문제는 선관위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법무부와 협조해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재외 국민들 사이에서 스스로 자정 운동 같은 것이 일어났으면 한다.”

-선관위가 당초 2008년부터는 공직 선거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것이란 방침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뭔가.
“그건 국민적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또 정당과 협의해서 실시하도록 돼 있다. 아직은 국민이나 정당의 신뢰가 미흡한 상황이다.”

"투표율 저하는 대의민주주의 위기"
-정치권 일각에서 선거법상 당선무효인 벌금 100만원을 3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아직은 당선 무효형 벌금을 300만원으로 인상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역시 국민들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직 선거 투표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18대 총선의 투표율은 46.1%에 머물렀다. 선관위 차원에서 대책은 마련하고 있나.
“투표율이 떨어지면 당선된 후보나 정당의 대표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재보선 투표율 중에는 10% 미만인 경우도 있었다. 그중 당선자가 30%를 득표했다면 그 당선자는 전체 주민 3%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이는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투표율이 하락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다. 투표율 저하는 단순한 투표 홍보로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건전한 정치 의식을 갖는 것이다. 선관위 선거연수원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민주 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민주시민 교육은 선거 분야뿐 아니라 민주시민의식 내재화를 통해 국격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관위 기록 보존소 지하 서고에는 아직도 1987년 대선 당시 구로구청 사건의 원인이 됐던 부재자 투표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2년이 지난 지금도 개봉이 되지 않고 있다. 4000여 표가 있어 당락에는 상관이 없지만 그게 부정투표였는지 아니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공개할 의사는 없나.
“현재 그 상태로 있다. 그걸 열어보는 게 나을지 모르겠지만 실익이 뭐 있겠나. 역사적인 물건으로 보존하는 자체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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