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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폐렴 백신값이 갑자기 오른 까닭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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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호 15면

최근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의 확산 속도가 다소 진정세를 보인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국내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탤런트 이광기씨의 아들이 신종 플루 감염으로 사망해 많은 부모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씨 아들을 포함, 상당수 신종 플루 사망자의 직접적 사인은 폐렴 합병증이었다. 신종 플루 바이러스 자체가 폐에 염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폐렴구균 같은 세균이 2차적으로 감염돼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신종 플루 백신이 생산되기 전엔 폐렴 백신이라도 맞아 두려는 이들로 인해 한동안 폐렴구균 백신이 동나기도 했다.

폐렴은 고령이나 심폐질환을 동반한 경우, 장기간 병석에 누워 있는 경우에 잘 걸리며, 독감이나 감기 같은 질환의 합병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의 9대 대통령 윌리엄 해리슨은 1841년 3월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에 외투도 입지 않고 장시간 대통령 취임식을 한 뒤 폐렴에 걸려 1개월 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인디언과의 전쟁에서 영웅으로 칭송받던 그였지만 68세의 고령으로 인해 폐렴에 걸리기 쉬웠던 것이다.

폐렴의 원인은 다양하다. 바이러스도 폐렴을 일으키지만 가장 흔한 것은 세균이며, 그중에서도 폐렴구균이 세균성 폐렴의 20~50%를 유발한다. 흔히 폐렴 백신 이라고 하는 것은 세균성 폐렴의 여러 가지 원인균 가운데서도 폐렴구균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더구나 폐렴구균 백신은 폐렴구균의 80가지 아형 중 대표적인 23가지 폐렴구균에서 추출된 항원만을 접종에 사용한다. 따라서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한다고 폐렴을 모두 예방할 수는 없다.

현재 성인을 대상으로는 23개 폐렴구균 항원을 함유한 23가 다당질 백신(상품명 ‘뉴모23’ 또는 ‘프로디악스 23’)이 사용되고 있다. 폐렴구균 백신이 폐렴 자체를 충분히 예방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논란이 있지만, 폐렴구균이 전신으로 퍼지는 균혈증이나 수막염 같은 위험한 합병증은 74% 정도 예방한다. 따라서 65세 이상의 노인, 면역 억제제 복용 환자, 간장이나 신장·심장·폐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 당뇨병 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

그런데 2세 이하의 소아에게는 성인용 폐렴구균 백신의 효과가 적다고 알려지면서 이들 연령에 흔한 7가지 아형의 단백 항원을 담은 또 다른 백신(상품명 ‘프리베나’)이 2000년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 백신을 몇 년 전부터 기본 접종 백신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현재 필수 접종이 아니다 보니 1회 접종 비용이 10만원가량 든다. 더구나 생후 2·4·6개월에 기초 접종을 하고 생후 12~15개월에 추가 접종을 해야 하므로 모두 맞으려면 총 4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프리베나 백신을 맞으면 7가지 아형의 폐렴구균을 예방하는 효과는 확실하지만 다른 아형의 폐렴구균에는 오히려 더 잘 걸린다는 보고가 있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기존 7종의 혈청형에 6종의 혈청형을 추가한 백신을 개발해 미국 식약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폐렴구균 백신과 계절 플루 백신이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그 가격이 대폭 올랐다. 접종 대상이 아닌 사람들까지 예방접종을 받겠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동안 백신 값은 금값이 됐다. 백신이 꼭 필요하지 않은 대상자들은 예방접종보다는 건강 관리를 통해 면역력을 유지하고,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 등을 철저히 해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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