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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롤링 첫 공식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해리 포터란 동화 시리즈로 세계 최고 베스트 셀러 작가의 자리를 굳힌 조앤 롤링(35)은 글 쓰는 신데렐라에 비유된다.

책을 내기 전만 해도 퀴퀴한 아파트의 좁아 터진 방에서 낡은 침대 하나로 추위에 떨며 지내야 했던 그였다.

그러나 출간 이후 세계에서 3천만 부가 팔리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 이 시리즈에는 '금세기 최고의 마법 동화' 란 별칭이 붙었다.

27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대영도서관 회의실에서 열린 롤링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는 '촌티' 를 벗어던지고 자신감 있는 어투와 여유있는 태도로 이제 화려한 신데렐라임을 과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그동안 외부 접촉을 피해왔던 롤링이 수 없이 날아드는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세계 35개의 언어로 2백여 나라에서 출판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과분한 관심과 환호는 솔직히 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어요. "

지금까지 출간된 해리 포터 시리즈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등 3권. 롤링은 오는 7월 제4권을 낼 예정이며, 이미 제7권까지의 이야기 틀을 잡아놓았다고 밝혔다.

"제가 해리 포터 이야기를 잡고 꾸물댄 지 10년이 넘습니다. 1997년 제1권을 발표할 때 이미 제3권까지 작품을 써 놓은 상태였으니까요. 그때까지만 해도 영국 아이들이라도 읽어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

해리 포터 시리즈의 돌풍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롤링은 문화 생활권이 다른 어린이도 동일하게 관심을 갖는 이유를 "어린이 세계는 국경을 초월해 동일하다" 는 데서 찾았다.

또 자신은 글을 쓸 때 특별히 어린이들이 무엇에 감동을 받을까라고 생각하기 보다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동화인 해리 포터 시리즈가 어른들까지 즐겨 읽는 것은 어린 시절의 향수가 남아 있어 주인공의 호기심에 동감하는 까닭이라고 분석했다.

기자회견에서는 포터 시리즈를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각국 기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쏟아졌다. 마법이 아이들에게 그릇된 환상을 심어준다는 것과 경험해보기도 전에 학교 기숙사를 끔찍한 곳으로 여길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롤링은 "그건 난센스입니다. 세상에서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런 현상을 소설에 등장시킨 것 뿐이죠.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필요한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까지 해리 포터 시리즈가 받은 상과 주요 선정도서 타이틀은 영국 우수도서상.미국 도서협회 우수 도서 등을 비롯하여 40여개. 그러나 올 초 문학성을 높이 사는 영국의 위트브레드상 등을 놓치면서 영국에서는 "해리 포터 시리즈는 그야말로 대중작품 아니냐" 는 작품성 논란이 한창이다.

그러나 롤링은 "위트브레드상을 받지 못한 것에 아무런 불만이 없으며 오히려 2위에 오른 것만도 자랑스럽다" 고 대답해 자신의 작품을 굳이 문학성 여부와 관련짓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눈치.

문학성 논란만큼이나 독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쥔 인간 롤링의 변화다.

그는 "달라진 환경이 저를 크게 변화시킨 것은 없어요. 요즘도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예전처럼 카페를 찾아가 지칠 때까지 글을 쓴 후 집으로 돌아와 사소한 일거리를 해결합니다. 밤에는 주로 좋아하는 책을 읽고요. 분명한 것은 해리가 인기인이지 저는 아닙니다" 라고 잘라 말한다.

한때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할 것이라고 해 더욱 화제가 됐던 이 시리즈는 현재 워너 브러더스가 제작을 맡았지만 감독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작품이 영화화되면 원작의 의미가 퇴색하고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긴 하지만 책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만큼 영화 또한 그럴 것이라는 게 그의 신념. 다만 영화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저 애가 해리 구나" 라고 할 만큼 분명한 성격을 가진 배우가 주인공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해리를 자식처럼 여긴다는 느낌을 준 롤링은 "이웃집 아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해리" 라며 "지난주에도 해리와 그의 친구 론이 만나 즐겁게 뛰노는 꿈을 꾸었다" 고 말했다.

8세 때 엘리자베스 구지의 동화 '작은 하얀 말' (Little White Horse)을 감명 깊게 읽어 등장 인물의 성격과 습관을 아직도 외우고 있다는 롤링은 "그 작품이 해리 포터의 책을 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는 말로 어린 시절 책읽기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런던〓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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