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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다대 국제여객터미널, 화장실 악취등 이용객 불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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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6일 오전 7시30분쯤 부산 다대항 국제여객터미널. 20대 초반의 일본인 여성이 간이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멈칫했다.

머뭇거리다 화장실에 들어간 그는 한참 후 코를 붙잡고 황급히 나왔다. 한 일본인 남자는 화장실 문을 열다 말고 얼굴을 찡그리며 발길을 돌렸다.

이들은 일본 후쿠오카에서 말레이시아 유람선 슈퍼스타 토러스호를 타고 부산에 온 일본인 관광객.

같이 유람선을 타고온 이명철(李明哲.54.부산 해운대구)씨는 "지난 수요일 일본으로 나갈 때 화장실에 들렀다가 냄새가 지독해 혼이 났다" 며 "국제여객터미널 화장실이 옛날 농촌 화장실보다 못하다" 고 불평했다.

같은 시간 터미널앞 택시 승강장에는 일본인 관광객 50여명이 택시를 타려고 줄지어 서 있었다. 기다리는 30분 동안 들른 택시는 고작 3대. 기다리다 지친 관광객들은 가방을 들고 1㎞나 떨어진 아파트단지 입구까지 걸어갔다.

부산 다대포 국제여객터미널이 편의시설 부족으로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졸속으로 개장했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사무실로 사용했던 간이건물을 개조한 터미널은 비좁아 앉아 쉴 공간이 부족하다. 간이화장실은 재래식이어서 날씨가 더워지면 냄새가 진동한다. 한번 이용한 사람은 두번 다시 이용하려 하지 않을 정도.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데다 택시 타기도 힘들다. 이날 슈퍼스타 토러스호를 타고 온 일본인 관광객 6백50여명 중 개인별로 관광 온 3백여명이 택시를 잡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 공중전화가 설치돼 있지만 전화카드 판매소가 없어 국제전화를 걸기 어렵다. 외환은행이 환전소를 설치했지만 일요일엔 문을 열지 않는다.

이 터미널은 말레이시아 유람선과 금강산 유람선 풍악호 승객을 위해 지난 9일 개장됐다. 슈퍼스타 토러스호 국내 대리점과 현대상선이 터미널을 다시 짓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해양수산청 김성용 항무과장은 "부산항의 크루즈선 부두를 어디에 조성할 지 결정되지 않아 다대항 터미널을 임시로 사용하고 있다" 며 "이용객 불편을 하루 빨리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고 말했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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