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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월드] 피터 코크란, "타이피스트를 기억하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2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영국 우체국 직원들은 전자 타자기 도입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였다. 전자타자기와 같은 혁신적 테크놀로지가 도입되면 그동안의 근로 관행이 확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확실히 테크놀로지는 근로 관행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그 변화의 형태나 규모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처가 운전하는 자동차의 조수석에 앉아 노트북을 통해 쓰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 기계야말로 나의 '사무실' 그 자체다. 8기가바이트의 하드디스크, 2백메가바이트의 메모리, NASA가 달에 인간을 보낼 때 사용했던 컴퓨터보다 강력한 연산능력 등등, 내가 이제까지 경험한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오피스 환경이다.

네트워크 접속은 이젠 나의 근무처나 업계에서는 필수조건이지 선택사양이 아니다. 탄력적인 근로조건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얘기를 할 수 있다. '규칙' '업무영역' 은 이제 과거의 단어다. 우리들은 이제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아니 20년 안에 우리의 생활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킬 테크놀로지는 어떤 것이 될까. 아마도 수많은 후보가 거론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이나 사람들의 행동 논리도 살아남고, 나아가 발전하기 위해 완전히 변화할 것이다.

종신고용제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직업을 여러개 갖고 일생에 걸쳐 교육을 받는 게 당연한 일처럼 될 것이다.

네트워크화된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여러 기업에 '세일' 하고, 이 조직 저 조직을 옮겨다니게 될 것이다.

'비트(디지털 정보)' 경제라 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는 기존의 '원자(mono)' 경제를 순식간에 잠식하게 되고 IT의 기술력과 창조성은 무엇보다 중요시될 것이다.

신용카드없이 현금만을 사용한 상거래를 앞으로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현대인이라면 그러한 발상 자체를 우스운 것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

e-메일 주소가 없거나 웹사이트가 없는 기업은 사라질 것이며 전자상거래를 이용하지 않는 인간.기업은 직장을 잃거나 사회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고 낙오하고 말 것이다.

앞으로 10년사이 디지털 라디오.디지털 TV가 등장하고 모든 것에 칩이 내장돼 웨어러블(몸에 걸칠 수 있는)컴퓨터나 타이핑 작업 없이 음성입력이 가능한 기기들이 등장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생활은 체계적이지 못한, 바꿔 말하면 혼돈스러운 것이 되지만 구식 계층조직을 갖는 기업을 대신하는 평등하고 수평적인, 그리고 적응력이 있는 버추얼 기업이 등장함에 따라 종전보다 생산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전문용어로 표현하자면 이것이 디스인터미디에이션(Disintermediation:중간배제)효과다.

즉 기업과 고객을 직접 연결하는 인터넷 경제의 진전으로 무역회사.대리점같은 이른바 '미들맨' 들이 배제되는 것이다.

PC의 등장과 함께 타이피스트라고 하는 직업이 사라졌다. 직장 내 우체국과 서고가 차례차례 사라지고 방대한 양의 종이도 필요없게 됐다.

여행대리점.도매업자 등도 결국은 디스인터미디에이션의 대상이 될 것이다.

IT와 디지털 기기의 화면, 그리고 고객이 그 기능을 차지하게 됨에 따라 중간자라고 하는 것은 설 땅이 없게 된 것이다.

<일본 주간다이아몬드지> 정리〓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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