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후보 납세실적 철저히 검증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직선거 및 선거 부정방지법에 따라 병역.전과 관계와 함께 밝히도록 한 납세 관련 부문을 보면 과연 이들이 국회의원 후보 자격이 있나 하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선거법은 최근 3년간의 소득세 및 재산세 납부실적 증명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는데 언론사들의 중간 취합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후보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후보의 경력.직업이나 재산에 비해 턱없이 낮거나 한푼도 없는 납세실적 때문이다. 납세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거나 무능력한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99년에 신고 납부한 소득세가 한푼도 없는 출마자가 25%를 넘는다.출마자의 4분의 1 이상이 최저생계비를 보장받아야 하는 소위 '생보자' 인 셈이다.

또 연간 소득세가 1백만원이 안되는 출마자도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세금으로만 따지면 월 2백만원 소득자 수준이다.

수입이 없기 때문에 납세실적이 지진하다는 데야 할 말이 없지만 이래 가지고 최소 억대에 이른다는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궁금하다. 뭔가 비정상임을 쉽사리 읽을 수 있다.

선관위가 계상한 후보당 평균 법정 선거비용도 1억2천여만원이다. 물론 소득.재산이 적음을 시비하는 게 아니라 과연 세금을 단 한푼 안내거나 그 정도 밖에 못낼 만큼 어려웠느냐는 것이다.

실제 한달에 수차례씩 골프를 즐기던 인사가 납세실적이 전무하다면 납득이 가겠는가. 비록 상당액을 납부했더라도 같은 직종의 다른 사람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세금 납부자들은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확실한 해명이 따라야 한다.

한편 소득세와 함께 신고토록 하고 있는 재산세 부분은 입법과정의 착오로 정작 중요한 종합토지세를 누락시킴으로써 출마자의 재산상태 등을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이점도 시정돼야 한다. 더불어 정치자금에서 내는 후원금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해 세금을 줄인 현역 의원들의 편법 절세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평상인들에 비해 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공직자가 된다는 점에서 후보들의 납세실적은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 그 것이 이 법의 입법취지다.

그러나 선관위로서는 후보 등록 이후 17일간 1천5백여명으로 예상되는 이들의 등록서류를 꼼꼼히 따져볼 여유와 법적 장치가 없다.

게다가 당선 이후 허위사실이 드러나도 책임을 추궁할 방도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선거법 제250조는 재산.경력 등을 허위로 게재했을 경우 허위사실공표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라는 범의(犯意)를 규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사문화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이런 입법상의 미비점은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지만 우선 이번 총선에서의 심판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