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사건 첫 국제 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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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군인 3명이 사상 처음으로 국제법정에 세워져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재판은 국제법정에 강간문제로 기소된 개인에 대한 최초의 재판으로, 국제인도주의법상 첫 판례를 남기게 된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기소된 강간범들은 드래골유브 쿠나라크(39), 라도미르 코바크(38), 조란 부코비크(44)란 이름의 세르비아 군인들로 지난 20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전범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알바니아계 여성들의 옷을 벗긴 채 춤추게 했는가 하면, 어린 소녀를 두달 동안 강간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

또 집단 윤간은 물론 강간한 여성들을 다른 군인들에게 돈을 받고 판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 사이에 국제평화유지군에 의해 체포돼 법정에 서게 됐다.

재판부는 재판이 시작된 20일 피해 여성 10명으로부터 증언을 들었다. 피해 여성들은 저마다 강간당한 사실을 폭로했으며 한 12세 소녀는 "35일 동안 거의 매일 다른 군인에게 2백마르크(약 11만원)에 팔렸다" 고 증언, 재판정을 경악케 했다.

이번 사건은 일명 '포카 강간 수용소' 사건으로 불려지고 있다. 1992~95년 사이의 보스니아 내전기간 자행된 96건의 강간사건 중 92년 4월부터 1년간 보스니아 남동부 포카시 수용소에서 벌어진 집단강간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뤘기 때문. 이날 모습을 드러낸 강간범들은 모두 '포카수용소' 를 담당한 군인들이었다. 이들은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더 타임스는 20세기 전쟁 때 자행된 강간사건에 대한 기사도 함께 소개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동독에 진주한 소련군에 의해 1백90만명의 여성들이, 동아시아에서는 대부분이 한국 여성들인 20만명이 일본군에게 강간당했다는 것. 94년 르완다내전 때는 수천명의 투치족 여성들이 후투족 군에게 성폭행당했다고도 전했다.

국제인권기구인 '휴먼라이트 워치' 의 리건 랄프 여성인권국장은 "강간은 전쟁의 도구였다" 고 개탄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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