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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前 국세청장 기자회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끝도 없는 거짓말이다.”

여권 실세에 대한 인사 청탁 로비 의혹을 사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5일(현지시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날 미국 뉴욕주 올버니 뉴욕주립대 공공행정정책과 연구실에서 뉴욕 특파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적당한 시기가 오면 의혹을 모두 해명하고 나와 국세청의 명예 훼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로선 귀국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은 현재 심경을 명심보감 구절을 인용해 표현하기도 했다. 계성편 ‘是非(시비)는 無相實(무상실)하여 究境(구경) 摠成空(총성공)이니라.’는 구절이다. 그는 “옮고 그름은 실체가 없으니 끝까지 규명하면 모두 빈 껍데기만 남는다는 뜻”이라며 “지금은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참고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07년 11월 노무현 정부 때 국세청장이 된 뒤 정권이 바뀌었다. 상식적으로 청장 바뀔 가능성 있으니 로비 소문도 있었다. 청장 유임을 위해 10억원을 만들면서 3억원을 안원구 전 국장에게 만들어 오라고 했다는데.

“2007년 11월 청장 됐을 때부터 난 3개월만 한다고 생각했다. 더 하라고 하면 안 하겠다고 할 필요는 없었으나. 주변에도 얘기했다. 3개월이면 어떻고 3년이면 어떠냐. 청장은 로비로 되고 말고 할 자리가 아니다. 팔자소관이지. 적어도 주요부서 장은 로비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니다. 항간에서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할 수 없지. 경주 골프사건 해명 필요하다. 그게 크리스마스였을 때다. 경주 세무서 청사 신축하고 있었는데 그 청사가 앞으로 국세청 청사 모델 케이스였다. 그런데 문화재가 나와서 현장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공사비 조달에도 고생이 많아 격려차 내려갔다. 수고한 서장 격려하는 차원에서 골프를 했다. 우리 서장들하고 골프 쳤다. 정치인하고 친 거 아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대통령 친인척(동서)이 참석했다는 게 문제가 되지 않았나.

“골프를 끝내고 대구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오늘 참석자는 누구냐고 전화로 물었더니 누구누구 이런 사람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거기서 차를 돌려 못 가겠다고 할 수도 없고 미리 내가 못 챙긴 게 불찰이었다. 아랫사람이 ‘성탄절이라 사람 없더라. 그런데 마침 이러이러한 분들이 만난다고 해서 저녁 식사 자리야 어떻겠냐 싶어서 만들었습니다’고 하더라. 그래서 식사한 거다. 골프 때는 지역 상공인 있었다. 두 팀이었다.”

-골프 자체보다는 저녁 자리가 문제가 된 건데 누가 오는지는 차 안에서 보고를 받은 건가.

“보고라기보다 구두로 알려줘서 알았다. 그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더라. 그건 내가 실수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인사 청탁하고는 아무 상관 없었다. 국세청장이라는 자리를 청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주변에서 청탁할 사안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전적인 결심이다.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인정한다.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악의적인 소문이 많더라. 충성주를 바쳤다는 둥 그런 건 나로선 참 억울하다. 내가 부덕한 소치다. 빌미를 제공한 것이니까. 그 문제는 내가 물러난 걸로 책임을 진 거 아니냐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3억원 요구는 근거 없는 건가.

“여러분이 생각해보면 판단이 된다. 가장 경미한 근거만 하나 얘기해보겠다. 상상을 해보자. 여러분이 청장이다. 돈이 필요하다. 로비도 해야 하고. 그럼 누구를 불러서 차장을 시켜줄 게 3억을 만들어 와라 이런 얘기를 어느 정도 친밀하면 하겠나. 게다가 내가 7억을 준비할게 그 얘기를 하는 얼간이가 이 세상에 있을까. 몰라 형제보다 더 친하다면 얘기할 수 있을지. 이게 가장 경미한 근거다.”

-안 국장 쪽에선 3억설의 근거로 이 요구를 거절했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 이걸 증거로 대고 있는데. 국세청 주변에서도 지방청장 하다 본청 국장으로 온 건 격에 맞지 않다는 말이 많았다.

“명백한 하양 전보다. 내가 두 번 하향 전보를 시킨 거다. 거기에 대한 원한이 있는 거다. 이유는 인사상 관련된 거니까 이야기하지 않겠다. 본인이 기분 좋을 리는 없지.”

-안 국장 쪽에서 녹취록이 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 관련 두 번이나 안 국장 있는 자리에서 청와대에 보고했다는데. 청와대에 직보 하지 않았나.

“그건 녹취록이 없다. 나와 관련해서 의혹이 제기된 거에는 녹취록이 없을 거다. 앞으로 그럴 거다.”

-몰래 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안 한 말을 어떻게 몰래 녹음 하나. 면밀히 봐라. 지금 나온 녹취록은 나와 관련이 없는 거다. 그걸 먼저 얘기하고 그 다음에 녹취록에 없는 내 얘기를 갖다 붙였다. 그 뒤에 다시 녹취록에 있는 다른 사람 얘기를 한다. 그러니까 유심히 안 보면 내 얘기가 녹취록에 있는 것처럼 혼동한다. 그리고 청와대 보고한 적도 없지만 만약에 청와대 보고하더라도 국세청이 어떤 곳인가. 철두철미하게 보안 교육한다. 청와대에 전화로 보고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또 내가 신임하지도 않는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난센스다. 설사 내가 제일 신임하는 비서가 있는 자리에서도 그런 전화를 하겠나. 국세청같이 보안이 철두철미한 곳에서.”

-일반론적으로는 어떤가. 국세청이 그런 중요한 세무조사 할 때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나.

“안 한다. 끝난 뒤에도 안 한다. 그런 식으로 세무조사를 하기 시작하면 국세청이 견딜 수 없다. 개별 건을 위에다 보고를 하면 보안이 지켜지겠나.”

-태광실업 관련해 표적수사라는 말이 있다. 베트남 얘기도 있다.

“그나마 홍혜경씨가 한 말 중에 팩트가 포함된 얘기다. 앞부분은 맞다. 결론부터 말하면 베트남 국세청에 협조를 요청하려다 안 한 거다. 배경을 얘기하면 내가 국세청 있으면서 한 것 중 하나가 해외 비자금 조사였다. 그게 일종의 내 주특기다. 해외 비자금 조성할 때 조세피난처 이용하는데 그 중에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홍콩이다. 중국 베트남 사업체 많다 보니 그렇다. 그때 홍콩 비자금 파악에 나섰다. 해외 비자금 TF와 일반 조사국에 둘 다 시켰다. 홍콩에 관련된 건 다 파악해봐라 시켰다. 그 과정에서 태광실업 해외 비자금 문제가 걸린 거다. 태광실업 비자금을 표적 수사한 게 아니라 해외 비자금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밑에서 올라온 거라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이건 정치적인 사안이니 조사를 하지 말라고 해야 하나. 그것도 정치적인 거지. 그게 파일럿 케이스였다. 홍콩 계좌 열어볼 수 있는지 테스트해본 첫 케이스였다. 결국 성공한 거다. 국세청에서 정치적으로 연관된 건 조사를 하지 말아야 하나.”

-안 국장 쪽이 제기한 건 베트남 현지 법인 얘기였는데.

“그건 국가간 관계가 있는 거라 얘기하기 어렵다. 저쪽(베트남)에서도 체크하는 거라.”

-태광실업 조사를 국세청 최정예인 조사4국에 배정한 건 어떻게 된 건가.

“부산청에 맡겨서 조사가 됐겠나. 부산청에 맡겼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겠나. 이런 사태는 없었겠지. 그게 내가 잘 한 건가. 게다가 내가 조사4국에 맡긴 게 아니라 교차 조사는 자동으로 되는 거다.”

-전군표 청장에게 그림 로비한 건 사실인가.

“검찰에서 검토하고 있으니까. 나로선 억울한 거다. 인격 살인 당한 거다. 다만 진실이 어디 가겠냐. 빠른 시일 내 진실이 가려질 거로 기대한다.”

-그림 가지고 있나.

“그거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 않겠다. 나는 떳떳하다.”

-귀국 시기는.

“현재 귀국할 계획은 없다. 그러나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귀국할 거다. 그렇다고 여론에 등 떠밀려 귀국하는 일은 없을 거다. 세 가지가 내 생각이다.”

-1월 사퇴 후 3월에 올 때 기획 출국설이 불거졌다. 비자 문제도 있는데 어디와 연결된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책을 쓰고 있는데 진척이 좀 됐다. 출국한 거는 인생 2모작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울분 참을 수 없었으나 인생 2모작 준비하라는 책 보고 결심했다. 뭔가 매달리자 새로운 인생 준비하자 해서 부랴부랴 온 거다. 이거를 기획 출국이라고 하면 나로선 억장이 무너진다.”

-비자는? 최근 비자 만료 됐는데 연장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연구생에게 주는 J1 비자다. 물론 J1 비자도 만료가 있다. 근데 D/S라고 써주는 비자가 있더라. 내 신분이 유지하는 한 비자가 유효하다. D/S 2010 서식만 내면 자동 연장이 되는 거더라. 다만 나가면 못 들어온다. 체류 기간도 2년이다. 2년 있다 나가면 2년 동안은 다시 못 들어온다.”

-오늘 뉴욕특파원과 인터뷰 하기로 한 이유는. 한국과 협의가 된 건가.

“주변에서 하도 걱정해서. 왜 가만 있냐. 가만 있으니까 한쪽 얘기만 진실이라고 하지 않느냐. 다만 오늘 얘기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해명 되지 않는다고 본다. 반격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 마디는 해야겠다.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건 저쪽에서 할 말 다 한 다음에 하되. 한국과 상의할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아니다.”

올바니=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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