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 개발정보 받은 부동산업자 5년후 “돈 줬다” 경찰 제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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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 천안시 개발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던 A(43·토목 7급)씨. 당시는 천안에 부동산 개발열풍이 불면서 아파트 개발구역과 시기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내년 아파트 분양을 앞둔 백석2지구도 대상이었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부동산중개업자 B(51)씨에게 접근해 “이 지역은 분명히 개발될 것이다. 투자해두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백석2지구 개발구상 도면을 복사해 넘겼다. A씨는 도면을 넘기는 대가로 B씨에게 “(내)차가 오래됐으니 차를 바꾸게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B씨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까지 3개월간 4차례에 걸쳐 A씨가 구입한 차량(아반떼) 대금 1554만원을 대신 납부해 주고 현금 250만원도 건넸다.

도면을 넘겨 받은 B씨는 이 정보를 친구인 C씨에게 넘겼고 C씨는 백석2지구 내 토지(환서초등학교 부근) 1680여㎡(510평)를 3억5000만원에 사들인 뒤 지난해 10월 13억원에 팔아 9억5000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B씨는 경찰에서 “평소 신세를 많이 졌던 친구를 위해 정보를 넘겼고 대가는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B씨로부터 정보를 넘겨 받아 토지를 매입한 C씨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최근 B씨가 경찰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A씨와 또 다른 분쟁에 휘말리면서 해결이 되지 않자 이를 경찰에 알린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공무원의 뇌물수수 공소시효는 7년으로 A씨는 2004년 3월 마지막으로 돈을 받아 공소시효가 1년 4개월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나 뇌물을 건넨 B씨는 공소시효(5년)가 지나 처벌받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자신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뒤 몇 개월 만에 제보한 것에 비춰 우발적 제보로 보기 힘들듯 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뇌물을 받은 혐의(부정처사후 뇌물수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24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돈은 그냥 받았을 뿐 대가성은 아니다. 다른 명목으로 받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영장발부 직후 천안시에 ‘공무원 범죄 사실 여부’를 통보했다. 천안시는 이를 토대로 A씨를 인사위원회에 회부, 징계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A씨는 재판결과에 따라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연 퇴직처리 된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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