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 한국청년연합회, 문제청소년과 결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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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른한살의 총각 공무원 박종범(검찰 집행과.9급)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를 만났다.

그는 현재 고교 3학년인 병옥(가명.18)이. 주위에서는 "신부감을 찾아야 할 나이에 웬 10대 친구냐" 고 놀리지만 朴씨에게 병옥이는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좋은 친구다.

병옥이는 오토바이 절도로 보호관찰을 받는 등 한때 문제아로 찍혔던 청소년. 그러나 맏형뻘인 朴씨를 친구로 만나면서 생활태도가 싹 달라져 요즘은 모범생이 됐다.

이들 둘이 친구가 된 것은 한국청년연합회(약칭 KYC.회장 金炯柱)가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한 '좋은 친구 만들기 운동' 을 통해서다.

"손을 잡아주는 한 명의 친구가 비행을 질타하는 10명의 어른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에는 朴씨와 같은 '좋은 친구들' 이 13명이나 있다. 모두 자원봉사자 멘터(지도교사)다. 이들은 5~6회에 걸쳐 청소년과의 상담요령에 대해 교육받은 뒤 활동에 참가하게 된다.

KYC 박성열 간사는 "멘터와 멘티(청소년)가 짝지워지면 1주일에 한두번 만나 영화.연극 등을 보며 자연스럽게 친교를 맺는다" 며 "청소년의 집을 방문해 요리를 같이 하거나 수련회도 하며 아름다운 만남을 지속해간다" 고 소개했다.

부산청년정보문화센터도 지난해 9월부터 저소득.실직자 자녀들과 대학생.청년들이 자매결연을 하고 빈곤문제와 학교수업.이성.교우문제 등을 지도하는 좋은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대학을 돌며 미리 대학생활을 체험토록 하거나 부산의 8대 명물을 함께 구경한다. 이와 함께 ▶미리 가본 직업 세계▶내 마음의 보석상자 자아탐구▶청소년문화 만끽하기▶바다의 세계 체험 등을 통해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 '좋은 친구들' 을 만난 청소년들은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물론 학교성적 또한 쑥쑥 올라간다.

KYC의 朴씨는 "병옥이가 형처럼 공무원이 될 것이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너무 기쁘다" 고 말했다.

신혼인 데도 매주 일요일 문제 여학생의 친구이자 상담자 역할을 해온 회사원 김기헌(32)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활동하기가 쉽지 않지만 청소년들에게 인생의 좋은 친구가 돼 주는 일은 매우 보람있다" 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활동을 보고 아내도 멘터를 자원해 더욱 기쁘다" 고 말했다.

KYC(02-708-4610)는 오는 4월부터 9월까지 활동할 2기 자원봉사 멘터 50명을 모집 중이다. 또 부산청년정보문화센터(051-44105004)는 올 한햇동안 총 1천3백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며, 대학생.청년 2백명을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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