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사 커플매니저 된 귀순자 김순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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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탈북자 출신 젊은 여성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미혼 탈북자들에게 인생의 반려자를 만날 기회를 제공겠다며 전문 '커플 매니저' 로 나섰다.

국내 탈북자 중매인 1호로 기록될 김순영(金順英.24)씨는 결혼정보회사 (주)선우에서 일주일 동안의 집중 교육을 마치고 21일 본격적으로 '사랑의 전령사' 업무를 시작했다.

1998년 8월 온 가족이 함께 탈북, 중국을 거쳐 귀순한 뒤 국내 방송사에서 북한 관련 프로그램의 리포터 등으로 활동해 왔다.

金씨가 이 일을 맡게 된 것은 지난해 4월 이 회사가 주관한 '남남북녀 미팅' 행사에 참가한 이후부터.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탈북자들도 자연스럽게 남한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더군요. 재미있는 행사를 통해 이성이 만나는 것 만큼 낯선 생활에 적응하는 데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죠. "

자신의 경험을 다른 탈북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金씨는 그후 탈북자들의 결혼 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해 적극적인 도움을 주다가 결혼식을 주관했던 이 회사 관계자를 만나 "직접 일해보고 싶다" 는 의사를 전달했다.

金씨는 "탈북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상대방 부모의 반대로 결혼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며 "그래서 탈북자들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이같은 일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고 말했다.

북한 청진여명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던 金씨는 북한에서 배우로 활동하다 현재 TV드라마에 출연, 탤런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영(金惠英.26.여)씨의 동생이다.

"재력이나 학력보다도 탈북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따뜻하게 대해줄 사람들을 찾아 결혼 상대자로 맺어주고 싶습니다. 탈북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배우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죠. "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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