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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방대책 입씨름만…해안가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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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지난해 태풍 ‘매미’ 때 파손된 거제시 산달도 산정마을 앞 호안 복구 공사가 1년이 지나도록 완공되지 않고 있다. 송봉근 기자

사망.실종 65명,이재민 1만1802가구(3만6721명), 재산피해 1조8822억원 등의 참혹한 피해를 냈던 태풍 '매미'가 경남을 강타한지 지난 12일로 1년이 됐다. 피해복구는 거의 마무리 됐지만 태풍 예보만 나오면 피해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상처가 아물지 않은 피해자 가족도, 현장도 많다. 경남도의 방재대책은 논란만 가열될뿐 아직도 '진행형'이다.

◆아물지 않은 상처=지난달 18일 제15호 태풍 '메기'가 통과할때 마산 해안가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세웠다. 한밤중 신포동 해안가 일대가 물에 잠기자 주민들은 지난해의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마산은 지난해 '매미'로 사망 18명, 재산피해 6000억원, 이재민 9225명 등 도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마산항에 야적된 원목이 상가(해운프라자) 지하실을 덮쳐 8명이 숨졌다.

희생자 유족회는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마산시장과 마산해양수산청장, 원목업자 등 19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지만 검찰은 건물주와 관리소장 등 3명만 불구속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유족들은 항소를 하고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송전철탑이 넘어져 전기 공급이 5일간 끊겨 피해를 입었던 거제시민들도 지난해 10월 한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복구 진행중=해일이 덮쳐 66가구의 절반이 휩쓸려 떠내려 간 거제시 일운면 와현 마을은 138억원을 들여 마을 전체 이주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주사업은 내년 8월쯤 마무리 될 예정이어서 이재민들의 불편은 1년쯤 더 계속될 전망이다.

이재민들은 친척집이나 이웃에서 신세를 지고 있으며 7가구는 4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1년째 생활하고 있다. 통영시 한산도 호안도로 1000m 복구 공사는 30%의 공정에 그치고 있고, 욕지도 576m의 호안도로 복구도 60%에 머물고 있다. 사량도와 산양읍 호안도로 복구도 50, 65%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 5월 복구가 끝난 소매물도 선착장은 지난달 태풍 '메기'때 접안시설 10m 가량이 파손돼 뱃길이 끊기기도 했다. 통영 비진도해수욕장은 도로가 파손되고 모래가 유실돼 올해 개장을 못했으며, 오는 11월쯤 복구가 완료될 예정이다.

경남도는 3조250억원이 투입된 복구가 8월말 현재 95%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시설 8282건 중 156건이 진행 중이고, 상습침수나 해일 피해를 냈던 거제 와현.산청 송계.거창 다전 등은 집단 이주가 추진 중이다.

◆대책=마산시는 한국토목학회에 의뢰한 해일피해 원인 조사 및 재해방지책 용역결과를 공개했다. 토목학회는 해일 방재를 위해 해안매립이 가능한 곳은 친수성 인공 방재둑을, 둑 설치가 곤란한 곳은 다단계 구조의 호안을 각각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또 두 가지 시설 설치가 힘든 곳은 바닷물이 넘어 오는 것을 방지할 콘크리트 옹벽 설치를 요청했다.

이같은 용역 결과에 대해 마창환경운동연합이 반박 의견서를 제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의견서는 목포 북항 방조제 건설 이후 해수면이 140㎝나 상승했다는 전문가의 견해가 있는 점 등을 미뤄 볼 때 마산만 매립이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단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강우량 등 육지에서 유입되는 물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오류라고 지적했다. 마산시는 또 한국토목학회 대책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검증하기 위한 용역을 맡길 예정이라고 밝혀 대책이 확정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습 침수를 해결하기 위해 물을 모으는 유수지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착공하지 않고 있다.

또 해변지역을 대상으로 일부 건축규제가 가능한 재해관리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마산만 침수방지를 위해 장기적으로 3000여억원을 들여 해일방지 및 침수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은 집단 이주를 시키고 마산 해안가는 원인을 분석해 근본대책을 마련하는데 시일이 걸리고 있다"며 "각계 전문가와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완벽한 수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재해보상 소송이 바람직" 관련 논문 쓴 도춘석 변호사

"자연재해로 인한 보상은 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최근 발간된 창원지방변호사회지 '경남 법조'에 '태풍 피해와 그 수습에 있어 법적인 제 문제'라는 논문을 발표한 도춘석(37.사진) 변호사는 "자연재해는 책임 소재를 파악하기 어렵고 적은 금액의 피해자가 많아 제대로 구제받기 힘들다"며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돼 피해사례를 수집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도 변호사는 태풍 매미때 마산 해운동 상가 지하에서 숨진 희생자 8명의 유족들을 돕다가 논문을 썼다.

그는 "자연재해 소송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부각시켜 방제업무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효과가 있는 만큼 피해자들은 소송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사회의 안전의식이 향상돼 자연재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연재해를 재난에 포함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지난 6월 시행되고, 소방방제청이 설치된 것은 태풍 매미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로 평가한 그는 "재난 피해가 생기면 간단한 증거 채취로 바로 복구하고 사후 심사를 통해 보상 해주는 매뉴얼이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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