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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EU의 동성부부 승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991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크연구소의 신경과학자 르베이 박사는 오랜 연구 끝에 동성애와 관련한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자신 똑같은 동성애자인 쌍둥이 형제 중 한 사람이었고, 21년간 사귀던 동성 연인을 에이즈로 잃었던 그에게 동성애가 유전이며 따라서 백안시될 이유가 전혀 없음을 밝히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남성의 10% 안팎, 여성의 3% 안팎을 차지하는 동성애자를 질곡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자는 1969년 뉴욕에서의 대대적인 동성애 해방운동이 벌어진 지 22년 만의 일이었다.

르베이 박사는 생전에 동성애자였던 19명의 남성과 정상적인 남녀 22명 등 41명의 시신(屍身)을 대상으로 뇌를 정밀조사한 결과 성행위를 조절한다고 여겨지는 뇌의 미세한 한 부분이 호모의 경우 정상인의 절반도 안되는 크기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쌍둥이 중 한쪽이 동성애자일 경우 다른 한쪽도 동성애자일 가능성은 1백%라는 1950년 칼만 박사의 연구결과와 함께 동성애가 유전자의 결과임을 밝혀주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됐다.

동성애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를 가리는 작업은 동성애자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성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공할는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가령 태아(胎兒)에게서 동성애의 인자(因子)가 발견되면 이성애(異性愛)체질의 유전인자로 바꾸는 따위의 방법이다.

물론 이같은 방법도 동성애를 '운명적' 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당사자들에게는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하지만.

한데 여성간의 동성애를 뜻하는 레즈비언 러브나 남성간의 동성애를 뜻하는 호모 섹슈얼리티는 그 발생동기가 오늘날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처럼 그리 추악한 개념은 아니었다.

레즈비언이라는 명칭을 만들게 한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최대의 여류 시인 사포가 그렇고, 호모가 '순수한 유전자형(型)' 을 뜻한다는 사실이 그렇다.

문제는 불결한 성교나 난교(亂交)로 인한 에이즈나 아메바증과 같은 성적 감염증이 동성애의 확산과 함께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번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의 동성애자들은 권익옹호를 위해 어떤 투쟁도 불사한다. '선천적인 동성애자와 선천적인 왼손잡이는 무엇이 다른가' 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동성애 부부를 합법화한 데 이어 엊그제 유럽연합(EU)의회도 동성애 부부에게 보통 부부와 똑같은 권리를 부여하도록 회원국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서구문화가 전통적으로 동성애를 금기시해 왔음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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