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무예에 관객들 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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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나를 공격한다 해도 싸우면 안됩니다. 그건 무예가 아니기 때문이죠. 무예의 참뜻은 자신을 방어하고 상대와 친구가 되?겁니다. 보복 같은 건 생각도 할 수 없어요." 필리핀 전통무술인 아르니스 무예단 11명과 함께 한국을 찾은 필로메노 부에나 단장은 우애와 화해를 강조했다. "한국과 필리핀은 일본의 침략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역사의 상처가 비슷한 것이죠. 그렇다고 일본에 복수해야 하나요. 그건 무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부에나 단장은 동료애를 강조하는 무예와 세계의 화합을 추구하는 '세계문화오픈(WCO) 2004'(공동대회장 서영훈.홍일식.백낙청)의 철학은 "철저하게 같다"고 설명했다. 13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분수무대. 지난 12일 세계의 평화를 선언한 개회식 이후 무르익고 있는 'WCO 2004' 서울 대회의 열기가 그대로 전달됐다. 무대 앞 계단을 가득 메운 관객 1000여명은 각국 전통 무예단의 묘기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 13일 경기도 고양시 호수공원에서 열린 "세계문화오픈 2004" 경기대회에서 브라질 전통음악팀 도나 제피나 그룹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上). 서울 세종문화회관 분수무대에서 신라시대 화랑의 맥을 살린 본국검문예술단이 화려한 검무를 선보이고 있다.오종택.김태성 기자

이날 무대에선 건강문화 부문 전통무예 경연이 열렸다. 필리핀 아르니스 무예단을 시작으로 경문대 태권도 시범단, 미국의 우슈 행위예술, 충청대 태권도 시범단, 본국검문예술단 등 모두 일곱개 팀이 그간 연마한 기량을 마음껏 풀어놓았다. 참가팀들은 영화 '와호장룡'처럼 무대 세 면에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 아래서 오색 조명을 받으며 칼과 봉을 자유롭게 돌렸고, 부드러운 듯 힘있는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특히 각국 무예단은 전날 내린 비로 경연이 하루 밀렸던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가볍고 날렵한 동작으로 객석을 휘어잡았다. 서울 성산동에서 온 주부 강남희씨는 "아이들이 아테네 올림픽 이후 운동에 관심을 가져 함께 왔다"며 "전통무예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신라시대 화랑이 수련했던 본국검의 맥을 되살린 대한본국검도협회 이재식 회장은 "역사가 깊은 각국의 전통 무예가 한데 모인 건 매우 보기 드문 일"이라며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동시에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것 같다"고 밝혔다. '건강한 삶, 아름다운 세상''문화를 통한 세계평화'를 도모하는 'WCO 2004'의 메아리는 13일 서울.경기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서울 세종문화회관.호암아트홀에선 예술문화(전통음악.전통무용), 사회문화(좋은 제안.사진영상전) 경연이 이틀째 계속됐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선 이번 대회 참가팀과 일반인이 흥겹게 만나는 '어울림 콘서트'가 시작됐다. 세계 40개국 163개 단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15일까지 계속되며, 모든 공연은 일반에 무료로 공개된다. 박정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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