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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156편 모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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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개막작 ‘털스루퍼의 가방’, ‘반액요금’, ‘기계적 발레’, ‘레고와 영화가 만났을 때’(사진위에서부터)

그림이나 사진을 넘어서는 새로운 이미지를 담은 매체로 한세기 전엔 뉴미디어로 각광받았던 영화가 이젠 100살을 넘긴 올드미디어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영화는 디지털 이미지에 흡수되기보다는 오히려 디지털을 흡수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15일 개막하는 세네프 2004 서울필름페스티벌(www.senef.net)은 이런 영화의 현주소를 잘 드러내는 영상 축제다. 100편의 뮤직비디오를 제외하고도 디지털로 만든 최신 영화를 비롯해 오늘의 영화를 이룬 1920년대 무성영화까지 아우르는 156편의 영화가 허리우드 극장 3개관과 서울아트시네마 등에서 일주일 동안 소개된다.

◆ 어떤 영화를 고를까=프로그래머 김지훈씨가 추천한 영화를 중심으로 보는 것도 좋겠다. 김씨는 장편 디지털 극영화를 대상으로 한 공식 국제경쟁부문인 디지털 익스프레스에서는 '반액요금'과 '밤의 여로' 두편을 추천했다. 아역배우 출신인 프랑스 이지리 드 르 베스코(22)감독의 '반액요금'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작.

영화이론가로도 명성을 떨치는 베트남계 여성감독 트린 T 민하의 신작 '밤의 여로'는 베트남 소녀가 밤기차를 타며 겪는 몽환적인 모험담이다.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선보였던 '프로세스'와 '우리가 죽인 시간', 2003년 로카르노 영화제 비디오 경쟁부문 황금표범상 수상작인 '죄수일기'도 추천작.

◆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1920년대 유럽영화를 보여주는 '백 투 더 오리진'섹션을 눈여겨 볼 만하다. 현대미술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마르셸 뒤샹을 비롯해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거장들이 만든 영화를 만날 수 있다. 17일 오후 9시30분과 19일 오후 4시30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페르낭 레제의 '기계적 발레'(24년.13분)와 마르셸 뒤샹의 '빈혈증 영화'(25년.8분), 한스 리히터의 '리듬 21/리듬 23'(25년.7분) 등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다.

비디오나 디지털로 작업하지 않고 오직 필름 영화만을 고집하는 프랑스의 거장 장 마리 스트로브와 다니엘 위예의 작품 8점을 선보이는 '영화로'섹션에도 흥미로운 미술 영화가 많다.

이 중 '세잔느-요아킴 가스케와의 대화'(89년.51분.16일 오후 5시30분, 18일 오후 4시30분 서울아트시네마)는 화가 세잔의 작품세계와 영화매체의 관계를 통찰한 작품. '루브르 방문'(2003년.47분.18일 밤 9시30분 서울아트시네마)은 '세잔'의 후속편 격이다. 늙은 세잔이 1900년께 루브르를 방문했던 일화를 한 세기 뒤에 재구성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 신나게 즐기려면=17일과 18일 밤 12시부터 각각 시작하는 '디지펀 미드나잇'과 '주크박스 미드나잇'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주크박스 미드나잇'은 18일 밤 12시부터 장장 여섯시간 동안 100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속 상영한다. '레고가 영화를 만났을 때'(18일 오후 4시30분, 19일 오전 11시30분 허리우드 극장)는 레고로 만들어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19편이 선보인다. '매트릭스' '스파이더 맨''베른의 기적' 등 낯익은 영화의 명장면을 레고로 재연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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