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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을 뛰어넘으면 대박 ‘터치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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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은 이달 초부터 푸른색 감귤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는 제주도 현지 영농조합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판매에 앞서 ‘귤=노란색’이란 선입견을 넘을 수 있을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푸른색 감귤은 25일 현재 전체 과일 중 판매 1위. 매주 5000여 건 넘는 판매 요청이 들어온다. ‘푸른 귤은 친환경적’이란 점을 강조한 덕이다. 수확 후 강제로 노란색을 입히는 착색 작업이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왁스 코팅을 하지 않는다. 이 점이 부각되면서 고객들 사이에선 ‘양심 감귤’이란 별명이 붙었다.

G마켓이 이달 초부터 판매하는 푸른색 감귤(왼쪽). 물방울의 형태를 본뜬 루펜리의 살균 가습기(가운데). 디자인을 강화한 인테리어 금고 루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1층에는 금고 가게가 있다. 4.85㎡(약 1.5평) 크기 매장에 진열해놓은 상품은 금고 네 대가 전부. 하지만 이 매장은 올 2월 입점한 이래 월평균 5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 면적당 매출은 고급 화장품 매장에 버금가는 정도. 이곳에서 파는 금고에는 ‘클림트의 키스’ 같은 명화나 장미·보석 디자인이 입혀져 있어 고급 와인 냉장고를 떠올리게 한다. 현대백화점 하지성 과장은 “예전 같으면 청계천이나 을지로 일대 길가에 쌓아놓고 파는 금고가 백화점에서 인기를 끈 것은 안전성이라는 기본 속성에 디자인이란 새로운 무기를 입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선입견을 뛰어넘는 제품이 인기다. 복잡한 새 기술을 적용하는 대신, 기존 제품이 게을리했던 새로운 속성을 제품에 입혀 이를 집중적으로 부각한 게 인기의 비결이다.

◆고정관념을 깨라=음식물 처리기 전문기업 루펜리는 지난해 말 물방울 모양의 살균가습기를 내놨다. 올 초에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09 iF디자인어워드’에서 상도 받았다. 다른 업체들은 인공 지능이나 MP3를 가습기에 추가하는 등 새로운 기능을 더한 제품을 내놓는 와중이었다. 예쁜 디자인 덕에 인테리어 매장에서도 판매됐다. 이에 힘입어 이 제품은 올겨울 예상 판매량인 1만여 대가 10월 말 모두 판매됐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5월 노란색 카레와 차별화된 붉은색 액상카레를 내놓았다. 노란색 카레로는 1위 업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붉은색 카레로 CJ제일제당은 출시 당시 10% 후반에 머물던 액상카레 시장 점유율을 30% 초반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숨은 욕구를 채워라=신세계백화점 구두매장인 바이네르에서는 2.5㎜ 단위로 발 치수를 세분화한 구두를 판다. 다른 매장은 5㎜마다 치수가 달라지지만 이곳에선 237.5㎜처럼 다른 매장에선 찾을 수 없는 크기의 구두가 있다. 디자인이나 착용감은 마음에 들어도 발에 꼭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두를 사지 않는 이가 고객의 10%에 달한다는 내부 조사에 착안한 것이다. 2006년 출시 이래 매년 20%씩 매출이 늘고 있다. 쿠첸의 스마트 서라운드IH압력밥솥은 밥 짓는 속도를 대폭 단축한 제품이다. 밥솥의 화력을 두 배로 높여 9분 만에 밥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아침 시간이 빠듯한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40만원대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서만 2만3000여 대가 팔렸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기존 제품에 신기능 한두 가지를 더해서는 경쟁 우위가 없다”며 “기존 제품의 속성과는 아예 다른 점을 강조해 시장의 판을 바꾸고자 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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