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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1600명 종합기술원 … ‘초일류 삼성’ 100년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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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결정형 태양전지 연구개발 라인인 ‘PV라인’. PV라인에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를 국산화해 장비 국산화율이 85%에 이른다. [삼성전자 제공]

“초일류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장 패러다임을 완전히 달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고 신수종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함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제공하고, 나아가서는 미래를 우리 스스로 창조해 나가야 합니다.” 이윤우(아래 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은 17~20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삼성기술전 2009’에서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주력사업 분야에서는 기술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비연속 혁신기술을 확보해 세계 경쟁력의 격차를 더욱 넓혀가야 한다”며 “제4, 제5의 물결로 부상하고 있는 바이오·헬스·에너지·환경 분야에서 미래의 신수종 사업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미래 변화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기르고 기술혁신을 제대로 추진함으로써 획기적인 신사업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창조형 기술경영 체제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기술전은 한 해 동안 삼성 계열사가 개발한 주요 기술 성과를 공유하고 미래 기술 경향을 전시하는 행사다. 창조적 기술 혁신을 촉진함으로써 신성장동력을 창출하자는 취지에서 200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매출액의 9% 중반가량을 R&D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고객의 요구를 먼저 파악하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 미래를 선도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3계층으로 된 연구개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1~2년 내에 시장에 선보일 상품화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의 산하 사업부 개발팀, 3~5년 후의 미래 유망 중장기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 연구소, 미래 성장엔진에 필요한 핵심 요소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종합기술원 등으로 연구개발 구조를 체계화해 운영하고 있다.

연구원이 1600여 명에 달하는 종합기술원은 미래를 주도할 최첨단 기술의 산실로 설립된 삼성전자의 중앙연구소다. 미래성장엔진 개발과 주력사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 등 유망 성장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영국·러시아·이스라엘·인도·일본·중국 등에 연구개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제품개발, 기초기술연구 등의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기술은 ▶4G 이동통신 기술 ▶컬러 신호처리 기술 ▶대면적 그라펜 제조와 응용기술 ▶열전 신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4G 이동통신 기술은 음성 통신 중심의 이전 세대와는 달리 무선 데이터 전송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일반적으로 전송속도가 이동 중에는 100Mbps, 정지할 때는 1Gbps로 정의된다. 이러한 4G 통신을 실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기술로 직교주파수다중분할(OFDM)과 다중안테나(MIMO) 기술이 있다.

종합기술원은 2001년부터 MIMO-OFDM 기술을 4G 이동통신의 기본 기술로 예상하고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원천특허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했다. 통신기술의 특성상 국제표준의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종합기술원은 약 5년간의 4G 이동통신 기술 연구를 통해 독자의 4G 규격 마련을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컬러 신호처리는 인간이 시각을 통해 빛을 지각하는 메커니즘을 포함한 ‘컬러 사이언스’ 분야를 전자기기에 응용하는 신호처리 기술을 뜻한다. 종합기술원은 명품TV 등을 위한 컬러 신호처리 기술을 1993년 연구하기 시작했다. 98년에는 프린터 컬러분야에 적용했다. 2005년부터는 대화면과 이동통신기기와 카메라를 위한 컬러 기술로 연구분야를 확대했다. 그 결과 1995년까지 수행한 컬러 신호 색 재현 기술 연구를 통해 ‘명품+1’ TV용 색 처리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또 디스플레이 장치의 자연색 구현 기술 연구를 통해 30건의 기술을 사업부문에 이전했다.

종합기술원은 올 초 성균관대와 공동으로 실리콘을 대체할 신소재로 알려져 있는 ‘그라펜’의 대면적 합성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라펜이란 탄소와 탄소가 연결된 육각형 모양의 2차원 평면구조로 원자만큼 얇고 전기·물리적 특성이 우수한 신소재로 2004년 발견됐다. 그라펜은 현재 반도체에 사용 중인 실리콘보다 이동도가 100배 이상 우수하며 투명도가 높고 크기가 늘어나도 유사 전기특성을 유지하는 등 매우 우수한 성질을 가진 신소재이다. 그러나 실제 적용을 위한 대면적 합성기술이 어려워 응용연구가 미진한 상태였다. 향후 그라펜은 우수한 전기적 특성, 높은 투명도, 늘어나도 전기특성을 유지하는 성질을 이용해 고용량 메모리,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그라펜 관련 핵심특허 12건을 확보했으며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지에 게재됐다.

김창규 기자



R&D 최고 전문가 대우 ‘마스터 제도’도입했다

조직관리 부담없이 연구 전념
임금·차량 등서 임원급 처우

삼성전자가 지난달에 R&D를 강조하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했다. 바로 ‘마스터 제도’다. 마스터 제도란 기술부문별 최고 전문가에게 임원급 대우를 해주면서 연구개발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새로운 인사시스템이다. 마스터는 인력·프로젝트 등 조직관리에 대한 부담없이 연구개발과 기술분야에만 전념하는 최고 전문가를 뜻한다.

연구개발과 기술 직군의 수석연구원은 경영임원으로 성장하는 ‘관리자 트랙’과 마스터로 성장하는 ‘전문가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전문가 트랙’을 선택한 연구원 중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한 연구원이 기술심사를 통해 마스터로 선발된다.

마스터 제도는 개인이 연구개발·기술 전문가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으로 개인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제도다. 삼성전자는 선발된 마스터에게 단순히 호칭을 부여하고 수당을 지급하는 수준의 기존 제도와 달리 임금·차량·출장지원 등에 대해 임원급에 준하는 처우를 제공한다. 연구개발·기술 부문에 전념할 수 있는 사무조건 등 최고 연구개발 전문가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7명의 마스터를 선발했다. ▶황홍선(D램설계) ▶공준진(신호처리칩) ▶민병언(LSI검증) ▶조태제(차세대패키지) ▶박영우(차세대메모리) ▶고용선(반도체생산공정) ▶김선기(데이터프로세싱)씨 등 수석연구원 7명이다.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R&D·기술 전문가가 조직관리 등에 대한 부담없이 연구개발·기술 본연의 업무에 집중토록 했다”며 “회사의 연구개발력을 한층 높기 위해 ‘마스터’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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