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간 산책] 정휴 스님 '적멸의 즐거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산이 언 몸을 풀고 삐죽이 차 잎을 내밀고 풀이며 나뭇잎을 낳고 있다. 출산의 계절 봄은 지난 가을과 겨울 낙엽과 풀들의 무수한 죽음이 불렀다.

낙엽귀근(落葉歸根). 어디 뿌리,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낙엽뿐이겠는가. 우리 또한 죽어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 진달래도 피울 것 아니가.

시인 승려인 정휴스님이 펴낸 '적멸의 즐거움' (우리출판사.7천원)은 고승들의 '즐거운 죽음' 을 다루고 있다.

스님들의 죽음을 '입적(入寂)' 혹은 '적멸(寂滅)' 이라 부른다. 깊은 고요에 들었다는 것이고 그 고요마저 소멸했다는 뜻이다. 모든 생명에는 나고 죽음이 있다. 그 나고 죽음을 함께 버리면 적멸을 이루고 그 적멸은 즐거움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걸어가다 나뭇가지를 붙잡고 죽는 죽음, 높은 산 바위 위로 올라 그대로 앉아 새들의 먹이가 된 죽음, 호젓한 길 풀섶에 앉아 거름이 된 죽음 등 고승들의 여러 죽음의 행적과 함께 그들의 임종게도 실어 죽음을 사색하게 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