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중앙정부 권한 지방에 이양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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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1세기를 맞아 세계 각국은 지방화.분권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지방화가 정보기술 발전이 가져온 사회질서의 재편과 갈수록 가속화하는 글로벌화에 대응해 생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991년 지방의회를 재구성하고 95년 단체장선거를 실시, 지방화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98년 12월엔 '중앙정부권한의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 이 국회를 통과, 각종 사무 및 권한의 지방이양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분권과 자치발전을 위해서는 개별적인 사무 및 권한의 이양 차원을 넘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전반적인 기능의 재분배와 자치권능의 보장을 통한 지방정부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97년 전북도의 다우코닝사 유치노력은 시사하는 바 크다. 전북도는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주한 외교관 초청 투자유치 설명회를 갖고 세계 최대 실리콘 제조업체인 다우코닝사가 아시아지역 생산거점으로 전북을 선정하는 등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했다.

시찰단이 여덟차례나 방문했다. 하지만 다우코닝사 유치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중앙정부의 무관심과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로 전북도가 애써 얻은 기회와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한 것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중앙정부의 기능은 과거 국가차원의 통일적 발전을 위한 규제, 통제기능이 아니다. 그와 같은 기능은 오히려 세계시장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경쟁하며 발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다.

중앙정부는 국가 전반에 관련된 사항이나 전체적인 규범을 정하는 일을 관장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을 보완해주고 지방행정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조직.재정 확충 분야도 지역실정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권한이 대폭 위임돼야 한다.

전북도는 지난 6일부터 3일간 유엔의 '세계 지방자치헌장 채택을 위한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자문회의(Habitat)' 를 열었다. 중앙정부가 안하면 지방정부가 세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방화에 대한 발전방향과 정책을 모색하겠다는 의지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정회상<전북도 국제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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