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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위해 망가진 선생님들 '샌드 스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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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망가져야 아이들이 후련해 해요.”
여학생 교복을 입고 백댄서로 춤을 춘 총각 선생님의 한 마디. 수능을 끝낸 고3 수험생들을 위해 선생님들은 마지막 가르침으로 '망가짐'을 선택했다. 교장 선생님을 포함해 13명으로 이뤄진 선생님밴드 ‘샌드 스타(Sand Star)’의 마음가짐이다.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 성사고등학교에서는 강당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80여 명의 학생들을 밖에서 기웃거리게 만든 조그만 사건이 있었다. 1시간 30여분의 공연을 위해 올 3월부터 약 9개월 동안 밤 11시까지 연습에 매진했던 선생님밴드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평소 다가가기 어렵기만 했던 차종석 교장 선생님은 베이스기타를, 선생님들은 각기 신디사이저, 베이스, 드럼, 하모니카 등을 하나씩 들고 리듬에 몸을 맡긴다. 교장 선생님은 음악선생님한테 혼나 가며 스파르타식으로 베이스기타를 연습했고, 총각 선생님들은 항상 별을 보고 퇴근해 애인한테 차일 뻔 하기도 했다. 마 진 음악선생님은 “공부에 찌든 고3 수험생들을 위로하고 스트레스를 풀라는 의미에서 어렵게 이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한다.

◆지각하는 아이들에게 사탕주는 학교

탈권위는 이 학교의 전통 중 하나다. 지각한 학생들을 혼내는 대신 사탕을 줬고, 9월과 10월에는 한 달에 한번 모든 선생님이 교문에 나와 등교하는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덕분에 2006년 개교 이래 2년 동안 ‘무징계 학교’, ‘무퇴학 학교’라는 기록도 세울 수 있었다. 선생님들은 교사의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가난해서 급식조차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으는 방법을 택한다. 이것이 선생님밴드가 공연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사막의 북극성

사막에서는 북극성이 나침반 역할을 한다. 밴드에 참여한 13명의 선생님들이 고3 수험생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던 마지막 가르침은 '한 가닥의 여유'다. ‘모래별(샌드스타)’은 혼자 가야하는 인생의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더라도, 한 박자 쉬며 여유 있는 시선으로 북극성을 보라는 일깨움을 주고 있다.

김정록, 봉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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