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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마을 공공미술프리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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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동네예요. 특별해질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많죠.” 28일 문화 예술축제 ‘무원연가(無元聯佳)’를 주최하는 공공미술프리즘(이하 프리즘) 유다희 대표의 말이다. 무원연가는 고양문화재단 후원으로 프리즘이 지난 9월부터 무원마을(고양시 행신동)에서 지역민과 함께 진행해온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이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동네’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프로젝트는 ‘동네길 탐방’ ‘동네의 예술공방’ ‘동네의 풍경’으로 구성됐다. ‘동네길 탐방’은 무심히 지나치던 동네길을 다시 바라보고 기록하는 프로그램이다. 인근 초등학교와 공부방 어린이 22명이 참가해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무뚝뚝한 경비 아저씨’의 말투-알뜰시장은 없다, 재활용은 금요일이다- 까지 그대로 옮긴 마을지도를 완성했다.

‘동네의 예술공방’에서 진행한 뜨개·비누·양초·DIY 작품과 수공예 프리마켓도 이날 축제에서 선보인다. 프로젝트 중심공간인 무원로는 예술 조형물과 지역민의 작품으로 채워지는 ‘동네의 풍경’으로 바뀐다.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찾기

“개인작업도 중요하지만 미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이 뭘까, 고민했죠.”

6년 전 프리즘이 공공미술에 눈을 돌린 이유였다. 당시만해도 공공미술이란 환경미술조형물 설치와 동일시되다시피했다. 때마침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한 공공미술 공모전에서‘시민들과 함께 그리는 벽화’가 선정되면서 프리즘만의 공공미술을 본격화할 수 있었다.

이후 프리즘은 동네와 일터에 우리가 만드는 족구장 프로젝트, 나의 그림이 있는 벽화 그리기, 걷고 싶은 문화의 거리, 안양천 프로젝트-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도마뱀, 우리가 만드는 우리 마을, 길 프로젝트-하나의 길 네 개의 감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공미술 작업을 해오고 있다. 서울과 파주를 오가는 200번, 2200번,9714번 버스의 시트커버를 상업광고 대신 신진 작가들의 작품으로 교체한 것도 이들이다.

그 사이 고향친구인 유 대표와 전유라 실장, 단 둘이었던 프리즘 가족은 12명으로 늘었다.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프리주밍(자원활동가)도 30명에 이른다. 이들을 찾는 지방자치단체도 늘었다. 한해 프리즘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20개 정도다. 지난해 말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도 받았다.

지역과의 밀착을 꿈꾸다

“공공미술이 자칫 환경개선사업처럼 비춰지는 듯해 아쉬웠어요.”

프리즘은 최근 ‘지역’에 더 바짝 다가가는 공공미술을 시도하고 있다. 공간에 예술을 입히고 지역민에게 붓을 들게 하는 일이 자칫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그 대안으로 찾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무원연가 프로젝트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지역민이 그 지역에 필요한 것을 고민하는 주체가 됐으면 해요. 그러기위해선 지역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프리즘은 그 대상지로 무원마을을 선택했다. 프리즘이 터를 잡고 있는 동네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프리즘은 지역 공방과 지역민 연계를 목적으로 한 이번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지역민 중 숨은 예술가 찾기, 지역민이 제안하는 예술강좌 개설, 지역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 진행 등으로 여느 문화센터 강좌와 차별화할 계획이다. 현재 리뉴얼중인 공방엔 지역민 교류의 장으로 활용할 카페도 구상중이다. 이 공간을 거점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도 운영되는 민간자립형 공공미술 사업을 펼치는 것이 프리즘의 그림이다.

유 대표는 “동네 슈퍼마켓처럼 언제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지역 문화예술 거점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원연가는 ‘아무 것도 없어 보이지만 많은 것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연결한다’는 의미다. 축제는 오후 1시부터 덕양구 행신동 무원로 무원초등학교 옆 산책로에서 열린다.

[사진설명]①“예술이 별건가요?” 공공미술프리즘 창단멤버인 전유라(뒷줄 왼쪽부터 세 번째) 실장과 직원들은 ‘일상이 예술이 되는 동네’를 꿈꾼다.②‘동네의 예술공방’ 중 DIY프로그램에 참가한 초등학생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문의= 031-971-4492~3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사회적기업= 정부와 일반 사기업의 틈새에서 공익활동을 펼치면서 고용을 늘리고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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