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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亂개발 대책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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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도권이 아파트로 덮이고 있다. 돈들여 경지작업을 한 전답이, 묘지 옆 산허리도 잘려나가고 있다. 주택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불법개발 탓만도 아니다. 당국의 법망(法網)이 허술하고 개발업자는 교묘하게 그 망을 뚫는 편법을 개발한다.

여기에 지자체는 모르는 체 세수확대.지역발전을 선점하려고 경쟁적으로 허가를 내주니 수도권 전체가 난(亂)개발의 현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 '2천만 공룡수도 시리즈' (매주 수요일 기획연재)는 3월 들어 지자체.개발업자.주민이 무언의 결탁으로 저지르는 난개발 사례를 추적하고 있다.

분당 넘어 구갈.수지.영덕.상갈.죽전 등지엔 곧 분당.용인시 인구를 합친 만큼의 인구가 더 불어난다.

일산 지나 파주.문산에도, 의정부는 물론 동두천까지 연필을 꽂은 듯 아파트 단지다. 구리.양주도, 하남.광주도 예외가 아니다. 환경.교통대책은 전무한 채 아파트만 짓고 보니 이런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싼 맛에 이주한 주민들 고생이 말이 아니다. 마을버스조차 없어 렌터카.콜택시를 타는 주민, 1960년대 콩나물시루 버스가 재등장한 곳도 있다.

분당.일산 등 5대 신도시는 실패한 도시개발정책의 대명사다. 7, 8년 전 입주한 분당 주민들이 엊그제까지 고속도로 통행료 안내기 투쟁을 벌이지 않았는가.

당국은 고속도로를 뚫는 등 적잖은 예산을 들여 실패를 만회하려 애썼다. 그러나 분당 주민들은 이젠 죽전.수지쪽 주민들에게 그동안 투쟁해 확보한 전철.도로를 내줘야 한다. 이러니 일부 시민환경단체가 '난개발에 따른 주민들의 집단적인 손해배상 청구소송' 을 내게 된 것이다.

대책이 시급하다. 난개발이 더 이상 진전되면 안된다. 편법개발의 진원지가 됐던 준농림지.준도시지역을 아예 도시구역으로 편입해 '선(先)계획 후(後)개발' 을 하든지, 아니면 전지역의 용적률을 대폭 낮추고 고층.고밀개발이 꼭 필요한 지역만 골라 '집중심의' 를 거쳐 개발허가를 내 줄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당국 조치는 빠를수록 좋다.

이미 저지른 난개발을 추스르는 일은 더욱 어렵다. 철도.도로를 계속 놓을 수는 없다. 수도권 집중투자는 균형개발과 상극이다. 특히 승용차를 위한 투자는 금물이다.

대신 순환고속도로.우회도로에서 통행료를 받지 말아야 차량 흐름이 엉키지 않는다. 경부고속도로.자유로 등 간선도로에 출퇴근시간대 광역버스 전용차로를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광역교통을 계획.운영하는 기구의 일원화도 중요하다. 지자체마다 다른 잣대로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한 '효율화' 는 영원히 안된다. 힘 없는 한시기구인 건설교통부 광역교통기획단으로는 주택우선 개발정책을 저지하기는커녕 딴지조차 못 건다. 이제라도 주택보다 환경.교통에 먼저 눈 돌리는 건교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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