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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조태일 '태안사 가는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광주직할시 서구 광천동 대문을 나서며

어머니!

오냐.

전남 곡성군 삼기면 원등 선영을 지나며

어머니!

오오냐.

보성강 태안교를 지나며

어머니,

오오냐, 오오냐.

내 탯자리를 지나며

어머니,

오오냐, 오오냐, 오오냐.

- 조태일(1941~99) '태안사 가는 길' 중

어디를 가느라고 그렇게 서둘러 가나했다. 펄펄 끓는 가슴으로 '국토' 를 온통 쏟아내던 조태일이 이순(耳順)을 앞에 두고 오지 않을 길을 훌쩍 떠나는 것을 보며. 그래 '태안사 가는 길' 이었다고? 거기 태어난 곡성 땅 탯자리를 찾아가는 길이었다고? "오냐" 에서 "오오냐, 오오냐, 오오냐" 까지 자꾸 길어지는 어머니의 대답 들으러 가는 길이었다고? 아직도 끝나지 않을 "오냐아-" .지금은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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