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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KBS1. '일요스페셜-학교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지난 11일 '왕따' 로 일컬어 지는 교내 집단 따돌림 문제를 생생하게 조명한 KBS1 '일요스페셜-학교이야기' 편이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서울시내 모중학교 2학년 한 학급에 교사와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폐쇄회로 카메라를 설치하고 '왕따' 현상을 관찰한 내용이다.

벼락치기 제작관행에 찌든 방송가에 신선한 장기 관찰 프로인데다 진지한 접근이 드물었던 '왕따' 현상을 현장에서 사실적으로 보여줘 평이 좋다.

시청률도 평소 8%선에서 이날은 13.8%로 급상승했다.

방송 뒤 KBS에는 "우리 애들 교실이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됐느냐" 는 전화가 수십통 걸려 왔다고 조대현 책임프로듀서가 전했다.

'교실 이야기' 는 25명 학급생 중 '왕따' 가 된 철이(가명)의 '반 전체와의 사투' 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철이는 2시간동안 무려 11명에 목졸림을 당한다. 나무의자로 두들겨 맞고 소지품을 뺏기며 점심시간에는 뒤늦게 혼자서 밥을 먹는다. 철이는 상담실에서 "(때리는 급우들을)죽이고 싶어요" 라고 털어놓는다. 반에서 철이의 유일한 친구인 석이(가명)가 "(내가)왕따가 안되려면 철이를 왕따시킬 수 밖에 없다" 며 가장 적극적인 가해자로 나서는 장면은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더욱 무서운 것은 25명중 반이 넘는 '무관심' 파였다. 이들은 철이가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는 바로 옆에서 태연히 도시락을 먹었다. 이들 역시 "내가 왕따 안되려면 누군가 희생양이 필요하다" 는 생각에 사로잡힌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이 프로는 교실내 왕따 현상의 근본원인이 희생양을 잡아 모순을 얼버무리는 일그러진 집단의식에 있으며, 해결 방안은 교사.학부모의 지속적인 관찰과 지도뿐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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