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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은퇴 선언한 메이저 前 영국 총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존 메이저 전 영국총리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고령 정치인들이 수두룩한 영국에서 57세의 은퇴는 드문 일이다. 더구나 지역구에서 여전히 인기기 높아 내년 5월께로 예정된 차기 총선에서도 무난히 의원직을 유지할 전망이었다.

그는 10일 "떠나야 할 때를 넘겨 머물기보다 남들이 머물라고 할 때 떠나겠다" 며 소속 헌팅돈 지구당에 차기 총선 불출마 의사를 전했다.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만일 초선의원이라면 현정부를 맹렬히 비판했겠지만 그것은 전직 총리가 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고 전직 총리라는 경력이 의원직을 성실히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1997년 총선에서 '젊은 기수' 토니 블레어 현 총리에게 패배, 18년 만에 노동당에 정권을 넘겨줬지만 그는 자수성가한 정치인의 표본이다.

런던 남부 빈민지역에서 곡마단원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 문턱을 밟아본 적이 없는 그는 26세에 구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79년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대처 내각에서 외무장관과 재무장관을 지냈다.

90년 대처 전 총리의 사임으로 보수당 총리직을 물려받은 뒤 92년 총선에서 승리, 7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하며 과감한 해외투자 유치 등으로 영국 경제 부흥에 기여했다.

집권기간 중 보수당 강경파들의 공격에 시달리면서도 유럽연합(EU)에 참여하는 조약을 체결하고 아일랜드공화군(IRA)과의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는 등 중도 보수주의 입장을 관철했다.

그는 "이제 가족들과 인생의 다른면을 즐기고 싶다" 며 당연직으로 주어지는 상원의원직의 수락 여부에 대해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그가 왕실보호에 앞장선 공적을 기려 최고의 작위인 가터기사작위를 수여할 계획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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