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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해외 매각, 시너지 효과를 따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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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우건설이 결국 해외자본에 넘어갈 모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중동지역의 자베즈 파트너스 컨소시엄과 미국계인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본계약은 다음 달 중순쯤 체결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노조는 “해외 투기자본에 매각해선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 정서상 해외 매각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이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쌍용차나 제일은행의 경우처럼 해외자본이 ‘먹튀’한 쓰라린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와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풋백옵션이 행사될 12월 15일 이전에 가급적 높은 값에 대우건설을 매각해야 할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가 풋백옵션을 무사히 넘기려면 이들 컨소시엄이 제시한 3조3000억원가량의 매각대금을 확보한다 해도 추가로 1조원가량을 더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국내 기업들이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점도 대우건설의 해외매각을 불가피하게 했다. 지금은 입찰 자격을 따지기조차 사치스러운 다급한 국면이다. 일단은 우선협상 대상자들 간의 경쟁을 통해 최대한 몸값을 끌어올려 매각을 마무리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우건설은 플랜트와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서 첨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굴지의 회사다. 아무리 사정이 급해도 최종 인수자를 선정할 때 시너지 효과를 반드시 따져봐야 할 이유다. 해외 사모펀드들은 시세 차익을 겨냥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조조정을 한 뒤 제3자에게 넘기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경우 대우건설의 성장 가능성과 미래가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어느 컨소시엄이 대우건설의 해외 공사 유치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 ‘먹튀’나 ‘국부유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대우건설의 인수합병은 수조원이 들어가는 대형 거래다. 그러나 두 컨소시엄은 아직 확실한 자금조달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안정적인 자금조달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지난 10년간 대우건설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이번 매각이 무사히 마무리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