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각대금 3조원대 예상 … 금호, 자금난 숨통 트일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대우건설 재매각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된 23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1관 외벽에 ‘I ♥ 대우건설’이라고 쓴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최승식 기자]

대우건설 재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됨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아직 최종 인수자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두 개의 회사가 인수 경쟁을 펼쳐 대우건설이 성공적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6월 금호와 산업은행이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도 순풍을 탈 전망이다.

금호가 복수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것은 막바지까지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금호그룹 관계자도 “두 회사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매각 조건 등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늦어도 크리스마스 이전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와 최종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우선협상대상자를 두 곳으로 선정한 것은 파는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자금난 해소의 핵심이 대우건설 매각이기 때문에 금호나 채권단이나 최대한 신중하게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금호가 연말까지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는 그간 대우건설(2006년)과 대한통운(2008년) 등을 잇따라 인수, 자산 37조원대로 몸을 불려 재계 순위 9위(올 4월 기준, 공기업 제외)에 올라섰다. 그러나 6조4225억원을 주고 인수한 대우건설이 그룹에 재정적 부담을 줬다.

특히 대우건설은 재무적 투자자에게 3조50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맺었던 ‘풋백옵션’이 큰 부담이 됐다. 대우건설 주식의 23일 종가인 1만3900원이 연말까지 유지된다면 금호가 재무적 투자자에게 갚아야 하는 풋백옵션 대금은 4조원에 육박한다.

그래서 금호는 대우건설 이외에도 최근 금호생명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잇따라 매각했다. 지난달에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7%를 2705억원에 사모투자회사인 코아FG에, 이달 초에는 금호생명 지분 52%를 약 4000억원에 칸서스자산운용에 각각 매각했다.

금호가 대우건설을 구체적으로 얼마에 팔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대우건설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매각할 경우 금호는 3조원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금호생명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매각 대금 등을 합하면 재무적 투자자에게 되갚아야 하는 약 4조원의 풋백옵션 대금을 지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풋백옵션 해결과는 별도로 대우건설 매각으로 손실을 보게 된 주요 계열사의 문제도 남아 있다. 대우건설 지분이 있는 계열사는 금호산업(18.6%)·금호타이어(5.6%)·금호석유화학(4.5%)·아시아나항공(2.8%) 등이다. 손실을 보게 될 이들 계열사의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금호는 올 9월 준공한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의 지분 일부와 금호렌터카도 매각할 계획이다. 이미 대한통운은 금호렌터카 사업부문 매각을 위해 지난달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 부문을 분할했다.

하나대투증권의 조주형 수석연구위원은 “금호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계열사 매각으로 현금성 자산을 잇따라 확보했다”며 “본계약에서 대우건설을 얼마에 매각하느냐에 따라 전망이 지금보다 더 긍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