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평화의료생협 초대 이사장 임종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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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의료의 이상향을 꿈꾸는 사람들이 또 한번 일을 냈다.

그 동안 임의단체로 운영되던 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이 지난달 26일 창립총회를 갖고 법인화로 거듭난 것. 의료생협은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의 건강과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자치조직. 평화의료생협의 경우 1989년 기독청년의료인회 공동출자로 운영되다 96년 30여세대의 조합원이 참여, 실질적인 지역사회 의료생협으로 전환됐다.

현재 조합원은 3백70여세대. 이날 첫 이사장에 당선된 임종한(40.인하대의대 산업의학과.사진)교수로부터 의료생협의 의의와 운영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의료생활협동조합이란 말이 생소한데.

"주민(조합원)이 출자해 병원을 운영하면서 지역민을 위한 예방보건사업이나 환경보호운동과 같은 진정한 복지사회를 구현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1백40여개 의료생협에 1백70만명의 조합원이 활동한다. 우리나라의 의료생협은 아직 안산.안성 등 3곳에 불과하지만 최근 들어 전국에서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아 조만간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법인화의 의미는

"정부기관의 각종 건강.복지사업에 조합원이 직접 참여하고, 위임을 받을 수 있는 등 유기적인 관계가 가능해졌다. 주민들의 참여가 높아지고 지자체의 현안인 보건 복지사업이 효율적으로 수행될 것이다. 예컨대 보건소와 조합이 주민의 건강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등 민관이 새로운 파트너로써 새로운 협동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 평화의원은 어떻게 운영되나.

"병원장은 월급을 받으며 이사로 참여한다. 치료보다는 지역주민의 건강지킴이 역할이 더 크다.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증진과 예방사업을 적극 벌이고 있다. 예컨대 거리검진.만성질환자 관리.40~50대 여성 체조교실.실직가정 진료활동 등이다. 지금은 조합원이 아닌 일반 환자도 돌보지만 조합원이 2천세대만 되면 가정주치의제로 전환한다. 진정한 1차진료를 구현하게 된다."

- 앞으로 지역사회 활동은.

"17명의 이사가 있는데 이중 3분의2가 간호사.사회복지사.예방의학교수 등 전문인력이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발생하는 노인문제와 장애인 등 의료소외계층에 관심이 높다. 독거노인을 파악해서 왕진을 가는 등 밀착 의료활동을 하면서 보건예방학교 운영과 같은 주민의 건강증진 사업도 병행한다. 또 보건의료사업 외에 지역사회 어린이의 교육을 지원하는 희망엄마모임, 마을 부녀회 등이 참여하는 살기좋은 우리마을 잔치, 지역환경지키기 운동도 벌여나갈 생각이다."

- 교수생활도 바쁠텐데

"이곳은 의료로부터 소외된 달동네였었다.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교수가 되기 훨씬 전 외진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펼 때를 잊지 못한다. 어려운 사람과 손을 잡을 때 힘이 솟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늘 나의 삶에 대한 도전이고, 의사로서의 보람이다."

고종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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